버벌진트(32)가 새 앨범 '10년 동안의 오독'을 발표했다. 10주년을 자축하는 선물이자 지금까지 잘못 읽혀왔던 음악적 캐릭터를 재정립하기 위한 기회다.
'10년 동안의 오독'은 그가 감명 깊게 읽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100년 동안의 고독'에서 따온 이름이다. 탁월한 플로우(말의 흐름)와 라임(운율)을 구사하면서, 디스(노래로 다른 가수를 비판하는 것)를 즐기는 싸움꾼의 이미지로만 보는 시선을 바로잡고 싶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에요.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죠. 메시지와 감성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데 지금까지는 억울할 정도로 그런 면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어요."
그는 대학 1학년(서울대 경제학부)이던 1999년 PC통신 흑인음악 동호회 SNP에 가입하면서 힙합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당시 휘성·데프콘·정인 등과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열고 열정을 나눴다.
2000년 발표한 '노자'라는 곡에서는 조PD를 디스하면서 힙합 커뮤니티 화제의 인물로 등극했다. '오독'의 역사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디스는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게 아니라 음악 스타일 경쟁이에요. 그런데 힙합 마니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아 불편할 때가 있죠. 그러다 보니 점차 디스의 대상이 되는 그들을 노래에 담을 필요를 못 느끼고 있어요."
소소한 일상을 다룬 곡, 강한 랩이 아닌 연주의 흐름에 집중한 곡 등 그동안 부각되지 않던 음악들을 이번 앨범 전면에 내세웠다. 십센치의 권정렬이 피처링한 '굿모닝'은 싸이월드 '6월의 노래'로 선정됐다. 실력파 신인그룹 팬텀의 산체스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충분히 예뻐'도 차트 상위권에 줄곧 머물러 있다.
"제가 되고 싶은 건 힙합 가수 다스나 제이지 같은 랩 귀신이 아니예요. 랩과 노래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음악감독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기억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