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39)은 '월드스타'라는 호칭에 대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는 배우"라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넘치는 '포스'를 숨기지 못했다. 8월 개봉작 '이웃사람'과 내년에 공개될 드라마 '미스트리스'로 국내 스크린과 미국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할 예정인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이웃사람' 캐스팅 비화
사실 캐스팅 제의가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 내가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 '하모니'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연출자인 김휘 감독으로부터 '이웃사람'의 영화화 소식을 듣고 모니터링 요청을 받았는데, 웹툰을 먼저 보고 각색된 대본을 읽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 감독은 극중 경희가 너무 작은 배역이라 내가 먼저 나설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하더라. 각오하고 촬영에 들어간 나도 막상 스케줄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랬을 정도니까. 하하하. 완성본을 보진 못했지만 경희의 출연 분량은 전체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 엄마만 네 번째
영화 '세븐데이즈'부터 '하모니' '심장이 뛴다'까지 모성애가 강조된 캐릭터들을 쭉 연기해왔지만, 그들 모두 '어머니'였을 뿐, 각기 다른 개성을 가졌다. 그럼에도 내 이미지가 모성애에 고정돼 있다는 인식을 줬다면 앞으로 신경 써서 작품을 골라야겠지.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다루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배우가 남자 배우에 비해 배역의 다양성에 대한 제약을 많이 받는다.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한정된 역할만 주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자 작가분도 많을텐데 안타깝다.
▶ 300만 흥행 공약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아 개봉 전부터 부담이 크다.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상상하며 극장을 찾을텐데, 감히 머릿 속 상상과 (나를) 견줄 수는 없지 않겠나. 최대한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찍으려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본다.
목표치인 300만 고지를 넘기면 한국으로 날아와 무대 인사를 하겠다. 500만이 넘으면 전에 김 감독도 말했던 건데, 정말 월드스타처럼 멋지게 배 하나 띄워놓고 선상 칵테일 파티라도 열어야지.
▶ 두번째 미국 드라마 '미스트리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과 '섹스 앤 더 시티'를 섞어놓은 듯한 멜로물이다. 내가 맡은 카렌은 정신과 의사로 유부남 환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그 사람이 죽고 장례식에서 본 그의 아들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원래 백인 역할인데다 앞서 주연 4명 중 흑인 배우 1명이 캐스팅을 확정지은 상태라 또 유색인종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디션장을 찾은 일곱 명의 최종 후보 중 동양인은 나 하나였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었다. 매니저에게 "장담하는데 이번 오디션은 안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다행히 제작진이 인종에 제약을 두지 않는 이들이었고 방송사인 ABC부터 모 회사인 디즈니의 사장까지 개입해 결정한 끝에 내가 최종 합격했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캐스팅 된 이유가 뭐냐고? 부끄럽게 그런 걸 어떻게 말로 하겠나.
▶ 국내 TV프로그램 출연
한국 드라마에 계속 출연하고 싶었는데, 6년 간 '로스트'를 찍으면서 1년에 9개월은 하와이에 머물러야 했다. 그 기간 동안 국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양쪽 제작진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작품에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국내 드라마에도 출연 할 의향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도 기회가 된다면 나가고 싶다. 사실 미국에서도 챙겨볼 만큼 MBC '무한도전'의 팬이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의 결방이 길어진 탓에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게 속상하다. 잠깐! 여기서 ('무한도전'에)출연하겠다고 말하면 큰 일 날 것 같은데…, 하하하. 열혈 시청자라고만 해두자.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