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의 신실세로 꼽힌 리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그 배경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8인' 가운데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에 이어 권력무대에서 사라지는 두번째 인물이 됐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1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전날 정치국 회의를 열어 '신병(身病)관계'를 이유로 리영호를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더러 있다. 리영호의 경우 해임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1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바로 왼편에 서기까지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점을 내세워 리영호가 건강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물러났을 개연성에 무게를 좀 더 둔다. 이런 시각에서 우선 리영호가 김 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등 다른 실세들과 권력갈등을 벌이다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리영호의 실각은 경제에 집중하는 김정은 정권이 군 지도부를 재편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군대는 군사훈련뿐 아니라 주택건설 등 민생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리영호가 이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체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인 리영호는 총참모장에 오른 직후인 2009년 4월 인민군 창건 77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이명박 역적패당'을 언급하며 "강하고 무자비한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국명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