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년차 뮤지컬 스타 송용진(36)은 주위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홍서범을 잇는 종합 예술인"이라고 농담하곤 한다.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밴드 보컬과 공연 및 음반 제작자를 거쳐 최근엔 연극과 영화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 동성애자 역할로 스크린 데뷔
평소에도 바쁘지만, 요즘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 더 정신이 없다. 뮤지컬 '셜록홈즈'의 지방 순회와 밴드 쿠바의 활동을 병행하는 와중에, 이달 초 막내린 연극 '칠수와 만수'와 지난달 21일 개봉된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연극 무대와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동시에 치렀다.
영화는 메가폰을 잡은 김조광수 감독과 7년 전 우연히 인연을 맺은 후 친분을 쌓아오다 출연하게 됐다. 저예산 동성애물이지만 개봉 20여일만에 4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미국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한국에 온 게이로, 의사 김동윤과 사랑에 빠지는 석 역을 연기했다. 키스신부터 베드신까지 다양한 멜로를 선보인다.
"사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호모포비아'였는데,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를 연기하면서 편견이 없어졌어요. 이번에 키스신을 찍을 때도 어렵지 않았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한 번에 제대로 끝내야 한다는 의욕으로 진하게 했죠. 오히려 감독님이 '첫 키스니 부드럽게 해야한다'면서 NG를 외치더라고요. 하하하."
# 연극 거친 칠수 캐릭터 딱!
연극에서는 영화와 다르게 거친 캐릭터인 칠수를 연기했다. 마초같은 실제 성격과 잘 맞아 오히려 감독에게 "연기하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전에도 연극 출연 제의를 여러번 받았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아 미루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나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뮤지컬을 오래 했어도 연극을 해 보지 않으면 배우 생활을 오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 켠에 있었어요. 좋은 기회가 와서 무대에서 즐겁게 공연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계기였죠."
# 지금은 시나리오 구상 중
도전은 영화와 연극 데뷔에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싶은 목표가 있고, 더 나아가 영화 감독을 꿈꾼다. 이미 내년 단편영화를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스태프까지 모아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뮤지컬 배우를 10년 이상 해보니 시스템을 알게 돼 공연을 직접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첫 영화를 찍으면서도 현장 스태프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죠. 일단 단편을 제작하고나서 40대에 장편에 도전하고 싶어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늘 새로운 것을 꿈꾼다. 차를 타고 다닐 때 공상을 많이 하는데,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면서 "물론 상상만 해서 이뤄지는 건 아니고, 수년에 걸쳐 끊임없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향은 무대임을 잊지 않는다는 그다. "무대는 평생 가져가야 할 곳이다. 그 곳에 서면 살아있음을 느끼고, 가장 빛나보이는 것 같다"며 무대 사랑을 드러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사진/최종수(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