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 이런 비난 속에서도 훈남 마케팅은 불황 속 성공 키워드다.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떡볶이 매장에서 김태성, 강진성, 성재윤(왼쪽부터)씨가 만든 떡볶이를 여성 손님들이 맛보고 있다. /도정환 기자 doremi@
"잘 생긴 남동생 같은 직원들이 만들어주니 더 맛있는 것 같은데요."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국대떡볶이 강남CGV점. 간식을 먹으러 나온 여성 직장인과 여대생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색적인 것은 매장 직원은 모두 20~30대 남성이라는 점. 손님은 여성이 70%로 압도적이다. 국대 떡볶이 관계자는 "매장에 힘찬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남성 직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훈남들이 파는 떡볶이'로 입소문이 나 3년 만에 107곳으로 늘어날 만큼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싱글족 나현아(32)씨는 요즘 먹거리를 고를 땐 칼로리부터 확인한다. 옆구리에 살이 더 붙진 않았는지, 만져보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다이어트가 항상 숙제처럼 따라다녀 많이 먹었다 싶으면 속이 불편해 토하기까지 한다"고 털어놓는다.
올여름 '훈남' 바람에 '몸짱' 열풍이 더해져 외모에 쏟아지는 관심이 초강력 태풍급이다.
특히 소비력이 강해진 여성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훈남 마케팅'이 한창이다. 자동차 신차 발표회에 미녀 레이싱걸이 등장하듯 여성들이 모이는 곳에 말끔한 외모의 남성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떡볶이는 물론이고 요리도 잘생긴 셰프가 만들어야 잘 팔린다. 케이블채널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강레오를 비롯해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12538'의 백상준 셰프,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셰프 등도 '꽃남 셰프'로 통하며 유명세를 탔다.
미남 헬스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잘 생긴 선생님이 지도하면 왠지 말을 더 잘 듣게 돼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며 팬클럽을 만들기도 한다.
훈남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최근 연극영화과 출신의 남자 대학생 모시기 현상까지 빚어진다. 세탁세제, 녹차 등 생활용품 판촉 이벤트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여성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이들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개그맨 유재석을 닮은 친근한 외모의 남성 판촉사원을 대형마트 판매 현장에 투입한 애경의 세제브랜드의 경우 한 달만에 매출이 4배 이상 뛰는 효과를 얻었다. 이들이 판촉 행사장에 뜨면 경쟁사가 판매를 포기할 정도로 주부들이 몰려든다.
식음료업계에 불어 닥친 다이어트 열풍은 어느 해보다 강하다. 신제품은 물론 마케팅까지 '저칼로리' '슬림' '몸짱'을 컨셉트로 무장했다.
3년째 다이어트 체험단을 모집하고 있는 스무디킹은 해마다 늘어나는 신청자 규모에 놀라고 있다. 올해는 100명 모집에 1만5000여 명이 몰려 2010년보다 5배나 불었다. 스무디킹 마케팅팀 유선화 과장은 "자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경기가 어렵자 명품을 사기보다 몸을 가꿔 자신을 꾸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여름 나온 신제품들도 하나같이 저칼로리를 강조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430㎉짜리 도시락 '칼로리박스'를 내놔 인기몰이 중이다. 본도시락의 '123해초면도시락'(123㎉), 대상의 '청정원 뷰티칼로리면'(160kcal), 풀무원의 '바로먹는 도토리 묵채냉국'(145kca)은 모두 100㎉대로 칼로리를 낮췄다.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주목받는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불황과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칼럼니스트 정덕현씨는 "사는 게 힘들고 버거울 땐 깊게 생각하기보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게 빠르다"며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사람들의 미적 본능 때문에 삶이 복잡해질수록 외모의 힘에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외모는 막강한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ms성형외과의 김인규 원장은 "요즘 20~30대는 배우 강동원이나 고현정 같은 동안 외모의 연예인 얼굴을 선호하고 있는데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신감을 높이려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