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인기가수이자 한류를 이끄는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영화에, 그것도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전해졌을 때 '박진영의 이름에 기댄 B급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일 개봉된 '5백만불의 사나이'는 B급 코미디이자 범죄 추격극이다. 하지만 '박진영'이라는 이름에 의지하는 영화도 아니고, 개성 있고 재치가 넘치는 잘 빠진 B급이다.
대기업 엘리트 부장인 최영인(박진영)은 보스인 한상무(조성하)의 지시에 따라 로비 자금을 전달하다 사고를 당한다. 최영인은 한상무의 계략을 눈치챈 뒤 돈가방을 들고 도망친다. 한상무와 한패인 조폭과 비리를 수사하던 경찰, 여기에 불량소녀 미리(민효린)와 그를 쫓는 깡패들이 한데 뒤섞이면서 최영인을 찾기 위한 추격전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것부터 말하자면 이번 영화에서 박진영은 마치 맞춤옷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천성일 작가는 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장점을 잘 뽑아냈다.
박진영은 초반엔 얼굴 빼고는 명품인 대기업 부장의 모습을, 사고 이후엔 동남아계 이주민 같은 모습으로 넋 나간 모습을, 중반 이후에는 영리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우리가 이제껏 박진영에게서 보아온 코믹함과 진지함, 섹시함, 영리함 등 다양한 모습이 영화에 녹아 있는 것이다. 아직 대사에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조성하·조희봉·오정세의 능숙한 연기가 매끄럽게 뒷받침한다.
물론 박진영의 연기가 합격점이므로 볼 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인물들이 추격전의 온갖 고생 끝에 마지막에 한데 모이는 과정이 수긍이 간다는 점이다. 코믹한 대사나 과하지 않은 액션, 빠질 수 없는 후반부 반전 등도 촘촘히 깔려 있어 장르의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잘 만든 B급 영화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