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특유의 '안철수식 소통방식'으로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집권비전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대담집을 내놓으며 대선 출마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것. '기막힌 타이밍'에 안 원장이 등판을 결정하면서 다소 주춤하던 지지율도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등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
안 원장은 19일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김영사)를 펴냈다. 안 원장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대담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가고 싶다" 등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전제로 '공정한 복지국가' 표방, 단계적 반값 등록금 시행,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등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안 원장의 시각과 정책 구상도 상세히 들어있다.
특히 여야 모두에 쓴 소리도 거침없이 했다.
여당에 대해서는 "4대강, 친재벌 등 정책에 문제가 많았다"며 날을 세웠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4·11 총선에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공천 난맥상을 꼬집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다음주쯤 안 원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책 내용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며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 등의 일정과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안 원장은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도 전격 출연한다. 제작진은 "안 원장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사회 저명인사로 지난해부터 출연을 섭외해왔다"며 "최근 녹화를 끝내고 편집 중에 있다"고 이날 밝혔다.
'힐링캠프'에는 앞서 지난 1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연한 바 있다. 안 원장이 출연한 '힐링캠프'는 23일 오후 11시15분 방송된다.
정치권에서도 안 원장이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책을 쓰고 TV에 모습을 비춰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 원장의 강력한 라이벌로 언급되는 후보들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날 부산 대연동 부산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 여성 공약 발표한 뒤 기자들이 안 원장의 책 출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책 한권 달랑 들고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무례도 이만저만 무례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랩등 안철수 관련 주도 환호
안 원장의 공개행보에 출판계와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이날 정오부터 '안철수의 생각' 판매를 시작한 결과, 주문량이 세 시간 만에 1500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에 약 8권씩 팔려나간 것으로 2010년 3월 법정 스님 입적일에 '무소유'가 판매된 일일 기록과 비교하면 세배에 달하는 속도다.
트위터리안들도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가나" "이제 고민을 떨치고 일어설 때" 등 안 원장의 공식적 대선 출마선언을 촉구했다. 반면 "안 원장의 뜻은 기성 정치권에서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좋은 교수로 남아주길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증시도 들썩거렸다. 17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은 이날도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책 출간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 9.4% 상승한 12만 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따라 대선 판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안 원장의 지지율이 지난주 다자구도에서 문재인 고문에게 역전됐다가 이번주 회복세를 보이던 차였는데, 출간소식으로 지지율이 소폭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잊혀질만 하면 나온다'던 안철수 타이밍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국명·배동호·김유리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