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는 정말 힘들다. 오죽했으면 독일 사람들이 평생 이 말을 입에 달고 살겠는가. 국가 간 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이 아무리 좋아도 끝이 나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 비교적 잘 나가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당연히 사단은 있었다. 지난 15일 중국 선적 어선 루룽위(魯榮漁) 80-117호는 동해의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불법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었다. 단속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 경비함이 3시간이나 도주하던 루룽위에 기관포를 발사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나포된 뒤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은 사건 발생 후 3일인 19일 무자비한 단속을 감행한 러시아를 강력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는 어민들에 대한 법적 처벌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황으로 봐서는 애들 다툼이 어른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과 러시아는 애증이 엇갈리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세기 20~30년대 코민테른의 중국 공산당 지원, 뒤이은 50년대 말 소련의 중국 산업화 지원, 60년대부터 대략 20년 동안 지속된 갈등, 최근의 화해 무드의 과정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애증이 엇갈려서는 안 될 듯하다. 무엇보다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구나 이 경우 한반도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결코 불후의 진리가 아닌 것이다.
이는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세계 평화에 나쁠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화해의 손은 누가 먼저 내밀어야 할까. 현재로서는 중국이 내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그렇다.
자존심 강한 중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과 공공의 적이 된 요즘 상황을 상기할 경우 이렇게 하는 것이 중국에게는 더 득이 될 수 있다. 자존심보다는 이익을 우선하는 중국인의 또 다른 특징을 살릴 경우 사태 해결의 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