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말잔치만 늘어놓으며 손 놓고 있는 사이 숭숭 뚫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늑대가 어린 꽃을 또다시 꺾었다."
22일 한 네티즌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경남 통영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의 가해자가 성폭력 전과자인 이웃주민 김점덕(45)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가 조두순·김수철 사건 등 아동 성범죄 사건을 겪으며 내놓은 아동 성범죄 근절 대책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이 2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사기관에 접수된 아동 성범죄는 모두 4367건이다. 하루 평균 2.17건이 발생한 꼴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김씨가 인근 주민으로 태연히 방송 인터뷰까지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주변의 성범죄자를 모두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공개 명령을 한 범죄자에 한해서만 정보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측에 따르면 2011년 4월 이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약 90%가 공개 명령을 받았다. 통영 사건의 용의자인 김씨는 성인 대상 성범죄자로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 범위 확대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 폐기됐다.
서 의원은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동 성범죄자 처벌 수위도 논란거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최근 정책 자료집에서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기본형량을 7~10년으로 규정·권고한 것은 법이 정한 징역 10년 이상이라는 형량보다 낮아 문제"라며 "'상당 금액을 공탁'했다거나 '음주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 등을 감경 사유로 인정한 점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도 성범죄자를 총살할 수 있는 예멘·중국, 물리적 거세를 하는 독일 등의 사례를 담은 '세계 각국의 성범죄자 처벌'이란 카툰을 퍼나르며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를 요구했다.
네티즌 'JIN***'은 다음 아고라에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감형없는 300년 수감'을 주장하는 글을 올려 공감을 받고 있다.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상담·의료·법률자문 등을 지원해 범죄자 기소율을 높이고 2차 피해를 막는 등 관련 사항을 원스톱 지원한다는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오히려 예산이 깎이는 황당한 상황도 발생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해바라기 아동센터 예산은 41억원으로 동결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포함된 19세 미만 청소년 업무에 대한 지원이 없어 사실상 예산 감소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 범죄는 통계상 70~80%가 이웃이나 친인척 등 주변 사람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데도 불구하고 가해자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일부만 공개되는 것은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데서 오는 잘못된 대책"이라며 "부모들이 성범죄에 안심하고 경계할 수 있는 완벽한 법 제정과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리기자 grass100@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