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막말로 병들고 있다. 특히 가족 시청 비율이 높은 주말 드라마에 비속어와 외래어, 폭력적인 표현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은 '방송의 저품격 언어 실태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6월 한 달간 지상파 3사의 주말 드라마 3편과 종합편성채널 4사의 주말·월화·수목 드라마 4편 등 총 7편을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SBS '신사의 품격', MBC '닥터 진', MBN '수상한 가족', JTBC '해피엔딩', TV조선 '지운수대통', 채널A '굿바이 마눌' 등 전체 TV 시청률 1·2위를 기록하는 드라마와 종편 간판 드라마들로, 총 435건의 저품격 언어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를 사용한 경우가 209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속어를 사용한 사례도 116건에 달했다.
드라마 별로는 '신사의 품격'이 1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운수대통'(107건), '수상한 가족'(86건) 등 비속어와 은어 사용 정도가 심각한 종편 드라마를 압도하는 수치다.
"졸라 깝친다니까" "빡치니까 하는 소리죠"와 같은 비속어(24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됐다. 더욱 심각한 건 "텐 이어즈 올드는 젊어 보이지 않냐" "우쥬 플리즈 좀 해도 될까요" "레알" "솔까" "생파" 등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104건)와 은어·통신어(31건)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지적받은 대사들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실생활을 반영한 감칠맛 나는 대사로 호평받으며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같은 대사들이 일상 생활속 언어 사용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조원형 연구사는 "비속어가 재미있는 표현과 말맛을 살리는 유행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언어 생활이 오염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연구사는 "주말 드라마는 온 가족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품격 있는 언어로 제작되고 방송돼야 한다"며 "제작진은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국민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시청자들의 정서와 언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언어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