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의 4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는 '동양의 산티아고'라고 불릴 정도로 수려한 자연을 자랑한다. 그중 시코쿠 여행의 중심인 도쿠시마현과 가가와현의 다양한 매력을 따라가봤다.
◆도쿠시마현
시코쿠의 동쪽에 위치한 도쿠시마현은 혼슈와 아카시해협 대교와 오나루토 대교로 연결돼 있어, 오사카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다.
도쿠시마현의 명물 중 하나는 '오츠카 국제 미술관'. 세계 최초의 실물 크기 도판 명화 미술관으로 오츠카 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 기념사업으로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설립했다.
미술관에는 고대 벽화부터 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귀중한 서양 명화 100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은 오츠카사의 특수기술을 통해 원작과 같은 크기로 복제된 것으로, 환경오염·지진·화재때문에 불가피하게 색이 바래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고 2000년이 지나도 그 색과 모습을 유지한다. 이 밖에 서양 미술의 변천을 알 수 있는 '시대별 전시', 시대를 초월한 화가들의 표현방법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테마별 전시' 등 관람객의 시선에 맞춘 전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도쿠시마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와오도리' 춤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아와오도리란 시코쿠 3대 마츠리 중 하나로써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쿠시마 지역의 대표 마츠리다. 일본판 삼바 축제라고도 불릴 만큼 신나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축제 기간인 매년 8월 12일에서 15일까지는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춤추는 바보와 춤을 보는 바보, 둘 다 똑같이 바보라면 안 추는 게 손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아와오도리 공연을 가까이에서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아와오도리 회관'이다. 1999년 7월에 개장한 아와오도리 회관에서는 공연 관람은 물론 베테랑 무용수들의 수업을 받으면서 아와오도리 체험도 할 수 있다.
도쿠시마현 미요시시에 있는 이야노 가즈라바시는 약 5톤에 이르는 자생 덩굴을 엮어 만든 다리다. 예전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으나 지금은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안전상의 이유로 3년에 한 번씩 교체작업을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와 발아래에 펼쳐진 이야 계곡의 급류를 내려다 보는 기분은 아찔하다. 산악지대를 흐르는 이야 강과 울창한 산림지대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가가와현
가가와현은 시코쿠의 동북부 지역으로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세토내해 국립공원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단위 상 전국에서 가장 작은 면적의 현으로 평지와 산지가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고, 총 해안선의 길이는 약 700km로 해상에는 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고토히라구 신사'의 참배 길에는 이 신사의 명물인 돌계단이 있다. 이 돌계단은 조즈산 중턱에 있는 고토히라구 신사까지 785단, 오쿠신사까지는 총 1368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돌계단 도중에는 곳곳에 수많은 명소가 숨어있어 참배객들은 경관을 즐기며 오를 수 있다. 고토히라구 신사 앞에 서면 사누키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배길 도중에 있는 대문까지는 돌계단 가마도 이용할 수 있다.
고토히라구 신사는 곤피라상이라고도 불리는데 바다의 수호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오곡 풍작과 건강, 액막이에도 영험이 있는 신으로 이름이 높아서 예로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일본 전국 각지에서 참배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고토히라구 신사로 향하는 입구 쪽에는 일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상점가가 늘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지팡이와 모자를 빌려주기도 한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팔라지는 계단. 숨도 차고 땀도 흐르지만 이 계단을 정복한 후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며 사누키 평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의 고생은 싹 날아가는 듯하다.
'나카노 우동 학교'는 고토히라구 신사 돌계단 1층에서 도보 1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부키 극장 가나마루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일본 최초의 우동만들기 체험학교다. 우동의 본고장 사누키의 수타우동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데, 프로 장인이 반죽부터 시작해서 면을 밀고 삶아서 먹기까지의 과정을 40~60분 동안 전수해주는 코스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손과 발을 총동원한 반죽은 발효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먹을 수 없고 집에 가져갈 수 있게 준비해 준다. 미리 준비된 반죽으로 직접 밀고 썬 면으로 본고장 사누키우동의 각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졸업기념으로 면을 미는 봉과 졸업증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념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밤나무 숲'이라는 의미의 '리츠린 공원'은 에도시대 사누키 다카마츠 번의 역대 번주에 의해 백 년 남짓의 세월을 걸쳐 엔쿄류 2년(1745)에 완성돼 메이지 유신에 이르기까지 228년간 마츠다이라 가문의 교외별장으로 이용됐다.
리츠린 공원은 일본이 특별명승지로 지정한 정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으로, 소나무 경치가 절경을 이루는 시운산을 배경으로 6개의 연못과 13개의 언덕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에도시대 초기의 귀족정원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25분에 걸쳐 유유히 연못에서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겨 에도시대 역대 번주들의 기분을 경험해볼 수 있다.
/취재협조: 일본 국토교통성 시코쿠 운수국·재단법인 도쿠시마현 관광협회·재단법인 가가와현 관광협회/박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