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독도가 산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산이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 태백 출신이라 당연히 독도를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을 검색해보니 산이라면 마땅히 있어야할 봉우리에 대한 이름은 없고 위치에 따라 표시된 '동도' '서도' 표기만 찾을 수 있었죠. 관련 부처나 독도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도 공식 명칭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직접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웨스트우드의 김홍(50) 대표는 독도가 수면 위로는 해발 200m도 안 되는 작은 바위섬이지만 바다 속에 감춰져 있는 높이까지 더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의 2750m에 견줄만한 22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웅장한 산의 봉우리가 어울릴 만한 이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관계 당국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10여 년 동안 쌓아온 사업 수완을 직접 발휘하기로 결심했다.
"직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 '독도이름짓기 공모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한 달반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려 689건의 이름이 접수됐죠. 울릉도·독도 경비대장 류단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단장인 박기태, 카피라이터 이윤규 씨 등과 함께 심사해 '대한봉' '민국봉'으로 지난달 말 최종 선정했습니다."
김 대표는 동도의 '대한봉'은 오천년 역사의 숨결, 서도의 '민국봉'은 오천만 국민의 마음이 스며있는 봉우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결과가 발표되자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공모작품 명단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왜 우리 일에 상관하느냐"며 핀잔을 들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단다. 오는 9월에는 울릉군과 경상북도에 설치된 지방지명위원회와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이번 공모작품을 참조해 독도 봉우리의 공식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 기업인의 열정 덕분에 독도 봉우리들이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독도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지나 않을까 무척 고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직원들과 함께 독도 연구회를 만들고 홈페이지와 캘린더를 통해 독도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모습을 칭찬하는 네티즌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죠. 조만간 네티즌들이 자랑스럽게 뽑은 '대한봉' '민국봉'을 넣은 상품을 선보여 그 고마움을 표시할 생각입니다."
독도처럼 우리국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아웃도어를 만들고 싶다고 김 대표의 꿈은 점점 무르익고 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 사진/도정환기자 dor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