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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전통주 살리는 '즐거운 음주스쿨'

송화백일주, 감홍로 등 50가지맛에 '얼큰 감동' "소주원래 배앓이 약" 건강 챙긴 조상지혜 새록

사진=서보형 라운드테이블



자그만 술잔 속에 경복궁이, 은은한 달빛도 찰랑댔다. 도란도란 우리 술을 나누는 이 그림 같은 풍경은 매주 수요일 '한국명주학교'(www.soolschool.com)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경복궁을 마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국명주학교에 30여 명의 학생들이 속속 자리를 채웠다. 20대 대학생부터 30대 요리전문가, 40대 의사, 60대 술마니아까지 경력도 다채롭다.

이날 강좌는 '한국 소주의 변천사'. "소주는 원래 배앓이 등에 약이 되는 귀한 술이었어요. 요즘 소주 전성시대라지만 소주를 가장 즐길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한국명주학교의 교장, 술 평론가 허시명(52)씨의 설명이 이어지고 송화백일주, 계룡백일주, 불로주, 감홍로, 옥로주가 테이블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학생들의 얼굴에 호기심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소나무향이 좋지만 눅눅한 냄새도 나요."(송화백일주) "40도가 넘는데도 숙성이 잘 돼 뒷맛까지 부드럽네요."(불로주) "약재 냄새가 강해 개성 있지만 마시기 불편한 사람도 있겠어요."(감홍로) 등 깐깐한 시음 평가에 눈과 귀가 쏠린다.

지난달 문을 연 한국명주학교는 3년 전 시작된 '막걸리학교'의 열기를 이은 것으로, 전국 각지에서 빚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술 50여 가지를 맛보고 공부한다. 우리 술이 명절 선물 정도로 치부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허씨가 "우리가 좋아하는 맛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걸 막고 싶었다"며 마음먹고 만든 자리다.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로 수백 년 이어온 맛을 담은 전통주는 우리나라 맛의 정수"라고 강조하는 허씨는 "우리 아버지가 마셔서 기뻐했던 술을 나도 즐기며 노는 행복을 누려보라"고 제안한다.

우리 술에 대한 학생들의 학구열도 치열하다. 진양주를 더 알고 싶어 전남 해남의 양조장까지 다녀온 이승훈(36)씨는 "알수록 빠져드는 게 우리 술"이라며 "그동안 목구멍으로, 배로만 술을 마셔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막걸리학교 벌써 14기생 배출

전통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 한국명주학교의 모태가 된 막걸리학교는 3년째 열기가 식지 않아 다음달초 14기 수료생들을 배출한다.

전통주의 진화도 뒷받침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거품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맥주를 닮은 이 막걸리는 따를 때 3㎝의 높이의 하얀 거품이 일어나 목넘김이 부드럽고 시원한 청량감도 기대할 수 있다.

탄산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춰 탄산을 넣은 막걸리와 매실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스파클링 막걸리 '오름'(국순당), 복분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빙탄복'(배상면주가), 매실주에 탄산을 넣은 '설중매 스파클링'(롯데칠성음료) 등 다양하다.

호텔과 면세점도 전통주의 날개가 돼주고 있다. 최근 신라·롯데·워커힐·파라다이스호텔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특1급 호텔 식당에서 막걸리, 문배술 등 우리나라 전통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 내 롯데면세점에서도 지난달부터 전통주를 팔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현재 전통주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주류업계는 국내 전통주 시장을 20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출고가 기준으로 8조원인 전체 주류 시장의 3%에도 못 미친다. 제조업체가 영세한 데다 제대로 된 마케팅도 없어 비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기도 버겁다. 수출액만 8조원에 이르는 스코틀랜드의 지역 술인 스카치위스키가 부러운 이유다.

전통주 판매를 늘리려는 일시적인 정책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통주가 재미난 문화 코드로 되살아나야 긴 생명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프랑스 코냑처럼 우리 술이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허씨는 강조한다.

"1990년부터 쌀로 다시 술을 빚게 되면서 한국 명주들이 부활했으니, 20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스무살 청년이 된 우리 명주가 세계로 도약하는 건, 이제 시작이에요." /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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