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색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채 스튜디오로 들어오던 박효주(30)가 "단무지같지 않느냐"며 까르르 웃었다. 17일 막내린 SBS '추적자'에서 선머슴같은 강력계 형사를 연기했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귀엽고 상큼한 아가씨였다.
온몸에 멍·풀독 내겐 훈장
예쁘게 치장한 모습이 어색하다면서 민망해했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동료 백홍석(손현주)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조남숙 형사 연기가 몸에 밴 탓이다. 뛰어다니느라 다리 여기저기에 든 멍과 풀독은 훈장으로 남았다.
"막상 연기할 땐 몰랐는데, 종영 후 스페셜 방송을 보니 새삼 지저분해보이더라고요. 하하하. 의상을 거의 안 갈아입고 꾸미지 않는 캐릭터였으니까요. 드라마가 끝난 후 조금씩 제가 가진 여성스러운 모습을 꺼내고 있어요."
다만 말투는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배역 성격에 맞춰 '다나까'로 끝나는 말투를 썼던 그는 "평소 말투가 여성스러운 터라 처음엔 어색했는데 어느새 입에 붙더라. 이렇게 배역에 퐁당 빠진 줄 나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조남숙은 매력적인 캐릭터
여형사 전문 배우라는 말을 듣는다. 드라마 '별순검'과 영화 '추격자'에 이어 또 형사 역을 열연했다. 그러나 이번 배역에 대해 "기존의 형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단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매력적이었고, 연기할 맛이 나는 인물이었죠. 물론 그만큼 어렵긴했어요. 유쾌함·열정·영특함·슬픔·로맨스 등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야하니까요. 베테랑 선배들에게 누가 될까봐 부담도 컸죠. 부족한 연기가 인정사정없이 들킬 것 같아서요."
부담을 극복하고 칭찬을 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함께 호흡을 맞춘 손현주의 힘이 컸다. 지적하기보단 "파이팅해라" "네가 하는게 맞아" 라면서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좋은 분위기도 한 몫했다. 드라마가 뛰어난 작품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자 대사가 입에 착착 감겼다.
아저씨와 연기 호흡 맞아
여형사 전문 배우라는 말과 함께 우스갯소리로 아저씨 전문 배우라는 놀림도 받는다. '별순검'의 류승룡, '추격자'와 '완득이'의 김윤석, 그리고 손현주까지 주로 아저씨들과 연기 호흡을 맞춰서다. 9월 방영 예정인 차기작 KBS2 드라마 스페셜 '칠성호, 운수좋은 날'에서도 마찬가지다.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난 왜 아저씨와만 할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젊은 배우들과 로맨스가 있어도 이상하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아저씨였어요. 하하하. 다행히 이번엔 조폭인 박용식(조재윤)와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있어 더 재밌게 촬영했죠."
그는 "비록 남숙이가 두번이나 결혼했지만, 순정이 남아있는 모습이 좋았다"면서 "특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늘 유쾌하게 인생을 설계하는 남숙이를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역에 식지않은 애정을 드러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