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감독일수록 '일필휘지'를 자랑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디 앨런 감독은 얼마전 개봉된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주인공이 구식 자동차와 마차에 타는 설정으로 무척 쉽게 그렸다. 타임슬립이라면 으레 떠 올리게 되는 최첨단 기계의 도움이라든지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아주 편안하게 극의 핵심으로 성큼 다가선다.
다음달 1일 개봉될 '매직 마이크'도 메가폰을 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간결한 솜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혜성처럼 등장한 소더버그 감독은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처럼 사회성 짙은 드라마와 '오션스' 시리즈같은 경쾌한 케이퍼 무비를 거쳐 최근엔 '헤이와이어'로 여전사 액션물에 도전하는 등 20년 넘게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력이 쌓이면 자칫 현학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건만, 여느 거장들과 마찬가지로 그렇지 않다. 인물에 접근하는 시선은 담백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 또한 군더더기와 거리가 멀다. 촬영과 편집까지 겸한 '매직…'이 좋은 예다.
마이크(채닝 테이텀)는 가구 디자이너의 꿈을 품고 사는 인기 만점의 남성 스트리퍼다. 그는 어느날 우연히 건축 공사장에서 알게 된 키드(알렉스 페티퍼)를 클럽으로 끌어들이고, 멘토를 자처한다. 그러나 간호사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키드의 누나 브룩(코디 혼)을 만나면서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돈을 쓰겠다던 삶의 목표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근육질 스트리퍼들의 흐느적대는 몸놀림과 화끈한 노출신이 수시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지만, 결코 선정적이지 않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카메라 덕분이다.
여기에 사실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곁들여지면서 신파적인 느낌의 청춘 로맨스물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일례로 극중 마이크가 어렵게 모은 현금 다발을 들고 간 은행에서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한 뒤 직원에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오늘날의 경제 불황을 야기시긴 미국 은행의 모순을 부담스럽지 않게 고발한다.
여기서 잠깐, 올 상반기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히트시킨 윤종빈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비스티 보이즈'와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감상법일 듯싶다. 내용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돈과 쾌락에 젊음을 저당잡힌 한미 청춘들의 모습이 묘하게 닮았다.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