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휘(31)가 어깨에 힘을 뺀 영웅으로 돌아왔다. 올해 초 '영웅'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그가 7일 개막하는 '영웅을 기다리며'(10월 31일까지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선 조선의 명장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
난중일기에 없는 3일의 행적을 다룬 이 작품 속의 이순신은 안중근과도, 다른 영웅들과도 확연히 다르다. 나라를 걱정하다가도 고구마 한 입을 먹기위해 부하들과 티격태격하고, 화가 나면 욕을 하는 등 인간적이다 못해 웃기다.
"주위에선 '대작에서 안중근 역할을 한 배우가 왜 더 크고 멋진 역할을 마다하냐'고 의아해했죠. 전 사람 냄새나는 영웅이라는 점에서 재미있고, 색다른 시도가 될 것 같았어요. 배우들과 연기하다가 웃음이 터질 때가 많답니다."
2002년 '블루사이공'으로 데뷔, '영웅' '돈주앙' 등에 출연하며 실력 하나로 뮤지컬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답게 노력이 대단하다. 안중근 땐 실제 수염을 기른 채 앵클부츠에 코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고, 이번 작품에선 50대 이순신을 표현하고자 등을 굽힌 채 걷는 연습을 하고 말투를 바꿨다.
이순신처럼 분위기도 유쾌하게 달라졌다. 본인을 노안으로 일컫으며 "중학교 때부터 지금 얼굴이었다. 그래서 20대 초반부터 나이든 역할을 많이 했기에 이번 작품도 문제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내 "이번에 잘해내야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면서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연습하고 있다"고 남다른 노력을 설명했다.
데뷔 10년째임에도 한 순간도 나태해질 여유가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올해 작품만 무려 네 편이다. '영웅'을 시작으로, 지금은 6일 막내리는 '콩칠팔 새삼륙'에 출연 중이고, '영웅을…'이 끝난 후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연이 잡혀있다.
"저를 보기 위해 작품을 관람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책임감이 늘었어요. 그러나 뮤지컬계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었죠. 과거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포기했다면 지금까진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무명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행복해요."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