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36)이 데뷔후 첫 코믹 사극으로 흥행 재기를 노린다. 조선 영조 노론 일파가 얼음을 독점하던 시대에 서빙고의 얼음을 터는 내용을 다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8일 개봉)에서 도둑 수장 이덕무 역을 연기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그가 이번 영화 촬영 때는 웃기는 재미를 제대로 느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TV 보는 게 가장 큰 취미라고 했는데 요즘도 그런가.
예능 프로드램만 보다가 드라마에 빠졌다. SBS '추적자'를 특히 재미있게 봤다. 미니시리즈를 끝까지 다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예전에 내가 출연했던 스타일에 가까운 젊은 친구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잘 못 보겠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아니겠나.
- 예능은 왜 그렇게 좋아하나.
워낙 웃는 걸 좋아해서 그렇다. TV를 보면서도 늘 내가 출연하면 어떨까를 염두하는데,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로 자리잡았을 때 특히 기뻤다. 너무 무난하게 살아와서 토크쇼에서는 할 얘기가 없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저 멤버들이 나중에 헤어진다면 얼마나 슬플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꼭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출연도 그래서 한 건가.
출연은 전혀 생각 못했다. 먹는 욕심 없고, 게임하기 싫어하는 나랑은 참 안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나올 의외의 모습이 궁금했다. 상당히 많은 것을 얻었다. 지금은 완벽히 적응했다. '이래서 하는구나'라는 희열을 느낀다.
- 웃겨야 하는 부담감은 없나.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서는 훨씬 덜하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받다 보니 어떻게 유지할 지가 고민이다. 촬영 전날 밤이나 촬영장 가는 길에는 '뭘로 웃겨야 하나' 늘 고민한다. 그런데 부질 없는 짓이다.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희한하게도 웃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줄줄이 생긴다.
- '바람과 함께…' 촬영을 끝내자 마자 '1박2일'에 들어간 이유는.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챔프' 등 최근 출연한 영화 속에서 그저 그런 모습으로 보여졌겠지만, 나름대로 늘 새로움을 추구했다. '1박2일'도 새로운 뭔가를 찾고 싶다는 이유로 결정했다.
- 겉으론 허술해 보여도 상당히 꼼꼼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준비는 누구나 하는 거다. 단 남들과 다른 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도 그랬듯이 내가 자신 있고, 첫 느낌이 나쁘지 않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 '엽기적인 그녀'는 곽재용 감독님이 10년만에 재기한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들과 유독 많이 작품을 했다. 부모님은 '왜 너는 박찬욱·봉준호 감독과 같이 못하느냐'고 하는데 나만의 길이 있다.
- 작품을 택하는 감이 좋은 것인가.
나에 대해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챔프'가 개봉 첫날부터 교차 상영되는 것을 보고 나의 입지를 다시 생각했다. 가족 영화를 연속 세 편 했더니 망했다. 이렇게 관심조차 못 받을 줄 몰랐다. 관객은 '아빠 차태현'이 아닌 '웃기는 차태현'을 원한다고 판단했다.
- 웃기는 재주는 탁월한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스스로 평가하자면.
처음에는 캐릭터가 너무 밋밋해서 당황했다. 감독님은 내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셨고, 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편하게 했다. 무엇보다 전작인 '챔프'가 망하면서 정신이 맑아졌다. 내가 웃음에 후한 편이긴 하지만 다른 형들(성동일·신정근·고창석)의 연기는 편집 전에도 정말 웃기더라.
- 방송에서 아내가 '용산구 최고의 아빠'라고 칭찬했는데 어떻길래 그런 얘길 듣나.
애들이랑 놀아주는 것밖에 없다. 애들과 정신 수준도 잘 맞는 것 같고. 요즘은 일이 너무 없어 집에 오래 있을 수밖에 없다. 2주마다 하는 '1박2일' 촬영을 매주 했으면 좋겠다. 하하.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