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뚱뚱하다!"
빨간 넥타이가 빈약해보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그맨 김준현 씨가 단상에 올라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뜨거운 여름이 깊어질수록 김준현 씨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괴롭다. 두꺼운 피부와 늘어난 피하지방 때문에 남들보다 더 덥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특히 땀은 흘리는 모습이 지저분해 보이는데다 마르는 과정에서 냄새도 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그러나 사실 땀은 인간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몸의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화과정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을 식히는 땀은 주로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물처럼 맑은 땀이다. 대량의 땀을 내보내고 빨리 증발시키는 에크린 땀샘은 신체 표면에 200~400만 개 정도 있으며, 평균 밀도는 1㎤ 당 150~340개 정도다.
인간이 에크린 땀샘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다른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는 낮 시간 동안 활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먹이를 구하거나 도구를 만들 재료를 찾기 위해서 인간은 멀리까지 이동해야 했다. 결국 우리 조상은 트인 환경에서 오랫동안 빠르게 움직여야 했으므로 몸을 효과적으로 식힐 방법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신체 기관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일정해야 하는데, 특히 뇌는 온도에 취약하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대화와 사고에 문제가 생기며, 뇌의 온도가 섭씨 42도를 넘은 상태가 계속되면 사망에 이른다.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뇌는 점점 커졌고, 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땀을 흘려 동맥 속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조절하고 뇌를 효과적으로 식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땀 덕분에 낮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땀은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