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고경표(22)는 닮은 사람이 많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부터 배우 임수정, 송창의, 할리우드 스타 고 히스 레저와 가스파르 울리엘까지 성별과 국적을 뛰어넘는다. "처음엔 누군가의 두 번째가 된다는 것이 싫었지만, 지금은 각기 다른 그들의 이미지가 모두 내 안에 녹아있다는 칭찬으로 들린다"면서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그의 얼굴에서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 성장할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소년 고경표
고교 시절, 희극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부모님도 인천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서울의 학원을 매일 오가며 연기에 빠져드는 아들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건국대 영화과에 거뜬히 합격했다.
"예·체능을 진로로 잡은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저도 담임 선생님의 관심 밖에 있었어요. 뭘 하고 싶은지는 물어보지도 않으면서 대학만 보내려고 하는데, 반항심이 들어 학교를 나가지 않은 적도 있고요. 그런데 졸업식 때 보니까 친구들 중에 제가 학교를 제일 잘 간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대학에 갔냐'고 묻기에 '너희는 억지로 공부했지만 나는 좋아하는 걸 했다'고 대답해 줬어요."
라이징 스타
데뷔 3년차인데 생방송부터 일일 시트콤과 정극까지 종횡무진 중이다. 주변의 칭찬도 늘었고 누나 팬들의 지지도 엄청나다.
그러나 "많이 부족하다" 자신을 낮추기에 바빴다. 자랑거리를 묻자 겨우 내놓은 답이 키(184cm)였다. 부족한 부분을 실감할수록, 더 많이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실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것 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OCN드라마 '신의 퀴즈' 출연분의 모니터링을 하는 순간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것에 취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아직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직업을 달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언젠가는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더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 하려고 해요."
스탠바이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에서 연기하는 순둥이 김경표는 원래 모범생 임시완을 괴롭히는 불량학생이었다. "저 '듣보잡'은 뭔데 우리 시완 오빠를 괴롭혀?"라는 팬들의 원성이 무서웠다고 말하지만, 큰 덩치 속에 여린 감성을 품은 김경표가 더 사랑스러워 보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대본 리딩 때부터 아예 어눌하고 막무가내같은 느낌으로 밀어붙였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왜 그랬니?'라고 물어보셔서 제가 생각하는 경표 캐릭터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재밌다면서 받아들여주셨죠. 신인이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스탠바이' 식구들이 제게는 모두 스승이자 가족같은 분들이셨기 때문이에요"
다소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지만, 자신있게 "'스탠바이'의 최대 수혜자는 나"라고 말한다.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신인이 이름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인연을 얻었기 때문이다.
SNS
평소 열혈 팬임을 자청해왔던 MBC '무한도전' 결방 사태와 최근 런 올림픽 오심까지 소신있고 솔직한 발언으로 연일 기사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tvN '새터데이나잇코리아'시즌 1·2를 하면서 사회와 정치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됐다. 주변에서는 "이제 말 조심 해야 되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지만, 다른 말을 했을지언정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시민이자 시청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지 않나요? 그걸 참으면서까지 가짜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연애 문제도 그렇고요. 아이돌 친구들이 핸드폰 압수 당하고 술도 못 마시고, 사적인 부분을 많이 통제당하는 게 무척 힘들어 보였거든요. 제가 아이돌이 아니라서 다행이예요. 하하하."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