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배우 고두심(61)이 데뷔 40주년인 올해 춤 바람(?)이 났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연극 '댄스레슨'에서 방문 댄스 강사에게 스윙·탱고·비엔나 왈츠·폭스트롯·차차차·컨템퍼러리 등 여섯가지 춤을 배우며 자아를 찾아가는 70대 할머니 릴리 해리슨를 연기한다.
지난주 공연이 끝난 직후 분장실에서 만난 그는 두 시간 동안 쉼없이 춤을 춰 피곤했을텐데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일주일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얼마 전 대사가 틀린 적이 있어 오늘 더 긴장했는데, 다행히 잘 마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연극 '친정엄마' 이후 5년 만의 무대 복귀작인 이 작품에서 환갑의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춤 실력과 중년이 공감할만한 연기를 펼쳐 매 공연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배우 인생 40년의 베테랑임에도 연기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드라마와 달리 무대는 편집이 없기 때문에 현장의 공포감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무대 뒤에서 심호흡을 해도 소용없어 매번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죠. 관객의 응원이 큰 힘을 준답니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내려오면 발바닥이 불이 날 것처럼 뜨거워 한참 비비고 찬물에 담근다. 과정 역시 쉽지 않아 무려 6개월이나 춤 연습에 매달렸다.
"이 나이에 여섯가지 춤을 모두 배우려다보니 다음날이면 전날 배운 스텝이 헷갈리더라고요. 무엇보다 평소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죠. 다행히 춤을 추다 보니 허리도 곧아지고 근력도 생겨서 힘들어도 잘 배웠다 싶어요."
춤이 워낙 힘들다보니 살이 쏙 빠져 허리도 잘록해졌다. 그 결과 무대에서 화려한 댄스 의상을 입은 채 20~30대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었다.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번 '몸빼'만 입던 엄마 역할의 배우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죠. 입에 발린 말이라도 아직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좋답니다. 하하하."
그래서인지 30대 게이 청년이자 방문 댄스 강사 마이클 미네티 역의 지현준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마치 친구 사이같다. 고두심은 "현준씨는 재능이 많고 성실하다. 리드를 잘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변신만을 보여주고 싶어 고른 작품은 아니다. "딸과 남편을 잃고 암에 걸린 해리슨처럼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자아를 찾으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내용이 내 나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면서 중년 여성들에게 꼭 한 번 볼 것을 당부했다.
다음달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