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28)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남자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주말극 '맛있는 인생'에선 다정한 훈남 남편인데, 지난달 25일 개봉한 옴니버스 공포 영화 '무서운 이야기'에선 연쇄 살인마로 돌변한다. 알고 보면 올 상반기 대 히트친 영화 '건축학개론' 속 '강남 선배'도 그였다. 유연석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강남 선배'가 나인지 잘 알아보지 못하더라"면서 웃었다.
# '건축학개론' 부잣집 아들 열연
'건축학개론' 개봉 당시 '첫사랑의 아이콘' 수지의 남성팬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술 취한 학교 후배 서연(수지)을 꾀는 강남 부잣집 자제 재욱으로 나와 '나쁜 놈' 이미지가 새겨졌다.
그러나 '맛있는 인생'에선 따뜻한 심성의 외과의사 재혁 역으로 아줌마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여전히 강남 부자집 아들래미지만, 사랑에 가벼운 모습은 더 이상 없다. 아내 승주(윤정희)의 불륜까지 감싸안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처음 시놉시스 상의 캐릭터는 승주를 순정파처럼 보호해주다 집착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설정이었어요. 나중에 변할 모습을 감안해 더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건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갈등이 심화되면서 처음 설정이 그대로 갈 지 다르게 갈 진 모르겠지만, 어떤 모습이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무서운 이야기' 살벌한 눈빛 연기
드라마 속 다정한 눈빛을 거두고 새 영화에선 언어 장애를 가진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마로 파격 변신해 살벌한 눈빛 연기를 펼친다. 피를 보거나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하는 인물로, 말 없이 글을 써 여고생을 협박한다.
"민규동 감독님이 제안해 주셨어요. 유약한 캐릭터로 나왔던 영화 '혜화, 동'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할 수 있는 모습을 엿보셨다고 해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가 아닌 새로운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찾으려 하셨죠. 제 나름대로는 '추격자' '그림자 살인'과 같은 작품을 찾아보고 연구했어요."
'건축학개론' 이후 작품 러브콜이 늘었다는 그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핸디캡이 있는 캐릭터가 좋다. '말아톤'의 조승우 선배처럼 장애를 극복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경상도 출신…데뷔 10년차 배우
실제론 강남 스타일도 아니고, 무섭지도 않은, 그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다. 어릴 적부터 연기에 관심을 가져 이 분야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그 길로 바로 사투리를 고쳤다.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세종대 연영과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다. 2008년 드라마 '종합병원2'를 시작으로 '혼' '혜화, 동' 등에 출연했고, '건축학개론'을 계기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실은 이미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한 10년 차 배우다.
"'올드보이'가 너무 잘 돼서 당시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관계자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오기도 했죠. 그 땐 학교 생활에 푹 빠져있어서 외부 활동에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요. 공부한 시간이 없었다면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없었을 테니까요."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