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해 말 유명 대학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자신했다. 그런데 올해 초 갑자기 구토와 두통 등의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폐암 말기라 치료가 힘들다는 천청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부실한 건강검진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암 오진 관련 피해 상담은 지난해 507건으로 2010년 213건보다 138%나 늘었다. 2009년에는 247건이었다.
피해 상담이 보상 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지난해 74건으로 2010년(40건)보다 85%나 증가했다.
건강검진이나 진료를 받았는데도 오진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화를 키운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다.
암 오진이 가장 많은 질병은 폐암으로 전체의 18.6%에 달했다. 유방암(16.8%), 위암(13.1%), 자궁·난소암(21건, 13.1%), 간암(8.7%), 대장암(6.8%), 갑상선암(5.6%)이 뒤를 이었다.
암을 오진한 기관은 대학병원이 전체의 33.5%(54건)로 최다였다. 오진으로 암 진단이 지연된 기간은 6개월 미만이 전체의 59.8%(73건)였다. 6개월 이상∼1년 미만이 18.9%(23건)였다. 3년 후 진단된 사례도 3.3%(4건)나 됐다.
원인별로 보면 의사들이 추가검사를 소홀히 해 발생하는 오진이 54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상 및 조직판독의 오류(50건), 설명미흡(18건) 등도 많이 발생했다.
암 오진 피해는 '치료 지연·악화'가 전체의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오진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사례도 22.1%에 달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는 대학병원의 오진 사례가 가장 많은 만큼 건강검진 결과를 과신하지 말고 신체에 이상 증세가 감지되면 언제든지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건강검진을 할 땐 병력·증상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