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동훈(41) 감독이 영화 '도둑들'로 1000만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한국식 케이퍼 무비의 1인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연출자 데뷔 8년 만에 영광을 맛본 그는 침착하게 다음 목표물을 탐색하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기쁨을 대신했다.
-이름 앞에 '1000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소감부터 듣고 싶다.
내 기록인 '타짜'(680만)를 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700만명을 넘었을 때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오히려 담담해 지더라.
-한국영화 역대 1위 '괴물'(1301만)을 깨고 싶은 욕심은 없나. 또 영화계에서는 '아바타'(1335만)에 뺏긴 역대 흥행 1위를 한국영화가 되찾기를 바라고 있는데.
현재 기록에 만족한다. '괴물'의 기록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번 달에도 좋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에 더 기대하지 않는다. '아바타'가 나왔을 때는 '전우치'로 대적했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었는데, 그렇게 쏟아지는 눈을 헤치고 사람들이 '아바타'를 보러 가더라. '아바타' 역시 대단한 영화다.
-1000만 돌파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폭염도 도움이 됐고, 극장에 관객 총량이 늘었다. 함께 모여 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 특성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몇 년 전에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한국에 온 적이 있었는데 "한국은 참 좋은 나라"라고 하더라. 자국의 배우와 자금·관객으로 영화 산업이 돌아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 10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선전도 기대해볼 만 하다.
홍콩 스타 임달화 씨나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은 전지현·이정재씨의 도움이 클 것 같다. 중국에서는 많은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해숙씨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8개국에 수출됐고, 좀 더 많은 곳에 팔리길 바란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개봉을 기대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관객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더 상업적이라는 건 더 성장했다는 뜻이다. '타짜' 때 감정의 폭을 넓히려 했고, '전우치'에서는 영화 속에서 실컷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트렌드가 어떻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복잡한 세상을 쉽게 쓰되, 트렌드를 좇지 말자는 것이 내 신조다.
-경쟁작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흥행했지만 악재를 겪기도 했는데 이를 보는 마음은 어떤가.
개봉 전에는 '다크 나이트…' 때문에 잠을 편히 잘 수 없다고 농담했는데, 지금은 안 좋은 상황을 계속 겪게 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안타깝다. 전작에서 함께 찍던 배우(히스 레저)가 죽고, 이번에는 그런(극장 총기 난사) 사건을 겪어 엄청난 상처가 됐을 것이다.
-속편에 대한 계획은.
내 자신이 안일해질 것 같아서 다른 작품을 먼저 해야 속편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범죄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피해자가 내가 아니길 바랄 뿐, 다른 범죄를 구경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 '기상천외한 것 좀 털어봐라'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상심한 적이 있다. 경마장·한국은행·카지노·미술관 등 웬만한 곳은 다 털었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곳을 털어야 되지 않겠나.
-그럼 차기작 소재는.
얘기 안 하겠다. 뭘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더라. 그래서 감독들은 절대 얘기 안한다. 누가 시나리오를 주면 모를까, 아마 2년 후에나 신작이 나올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순제작비 140억원이 들어갔다. 차기작에서는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인가.
액션만 안 찍었어도 100억원이 안 넘어갔다. 많은 사람이 예산을 줄여야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제일 해보고 싶은 건 예산이 적게 드는 싱글 로케이션으로 만든 영화다. 그런데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작위적인 방향으로 가서 구상만 하다 그쳤다.
-할리우드식 표현에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데, 어떤 의도 때문인가.
시골에서 자라서 그렇다. 중학교 때까지 전북 전주에 있는 버스가 안 다니는 앙골이라는 산골에 살았다. 집만 나오면 아저씨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윷놀이 하고, 옆에서는 개를 잡았다. 동네에는 별의별 인간이 다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서울로 대학을 간다는 건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서울로 와 고향 친구에게 "하루에 벤츠를 네 대나 봤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학창시절부터 영화 감독을 꿈꿨나.
중·고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봤다. 부잣집 친구 집에 책이 한방 가득 있었는데, 내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책을 보러 자전거를 타고 이모집에 오가기도 했다. 지금 다양한 스토리를 생각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영화적 감각은 비디오 가게에서 얻었다. 감독 지망생에게 도서관은 비디오 가게다. 대학 때 이화여대 앞에 살았는데, 비디오 가게 아줌마가 "최동훈씨 1년 동안 비디오 360개 빌려 갔어요"라고 하더라. 속으로 '아! 이것밖에 못 봤나' 싶었다. 당시 집에도 테이프가 1000개 정도 있었다.
-아내인 안수현 프로듀서가 제작자로 참여해 대박을 터뜨렸다. 안팎으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은데 2세 계획은.
내게는 영화가 아이 같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아이를 낳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노력 중이다. 일단 어디로든 함께 도망가고 싶다. 그동안 너무 못 쉬었다.·디자인/양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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