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촉발된 외교 갈등은 일왕 사과 요구,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이어지며 첨예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양국의 일부 국민들도 반일·반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어 이젠 차분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7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 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위안부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戰時) 여성인권 문제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14일에는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라며 일왕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으로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일본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 등을 비롯한 일본 정부 각료와 여야 국회의원 50여 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15일 참배했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2차 세계대전 종전일에 각료가 태평양 전쟁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마쓰바라 공안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해 "독도 방문을 포함해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예의를 잃은 발언"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년에 한건 잘했다" "오랜만에 속이 후련하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부 인터넷카페 등은 런던올림픽 축구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 등을 언급하며 다음달 일본 극우 사이트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본 내 반한 감정도 심상치 않다. 일본 경찰은 200여개 우익단체들이 차량 100여 대를 동원해 주일 한국대사관과 야스쿠니 신사 등을 돌며 한국과의 국교단절, 한국 정부의 사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이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온라인 회원 69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도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이성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제피해자공제조합과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등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등이 '빈말'이라는 의구심을 사지 않으려면 일왕 사죄 요구보단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외교적 보호권부터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