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런던올림픽이 폐막한 가운데 올림픽 기간에 효과적으로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을 한 기업들이 웃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관련 이벤트를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기법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판촉 전략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미국산 헤드폰 '비츠'다.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의 박태환은 물론 박태환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쥔 중국의 쑨양이 경기 전 '비츠'의 로고가 박힌 제품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브랜드가 노출됐다.
특히 '비츠'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람' 우사인 볼트가 주요 대회에서 종종 쓰고 나온 바 있어,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3관왕을 하는 동안 시청자의 머리속에서 로고가 연상되는 효과를 덤으로 얻었다.
나이키는 올림픽 개막 직전 60초 분량의 광고 동영상을 전 세계로 보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있었던 곳은 세계 25개국에서 '런던'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장소이다.
나이키는 미국의 오하이오 '런던', 홍콩의 '런던 플라자' 등지를 언급하면서 정작 영국 런던만 빼놓는 고도의 매복 기법을 연출했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내고 공식 후원사가 된 것과 대비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대표 선수들에게 기내식으로 황기삼계죽을 제공했다. 한 술 더 떠 올림픽 기간에 일반 승객에게도 이 음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했다. 승객들은 대표 선수들이 먹은 음식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올림픽을 떠올렸다.
앰부시 마케팅 탓에 울상을 짓고 있는 기업도 있다.
리듬 체조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한 손연재를 모델로 쓰고 있는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는 공식후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올림픽 기간에는 손연재를 CF에서 빼야했다.
농심은 매복을 했다가 파편에 맞아 쓰러질 뻔 한 케이스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양학선에게 "평생 너구리 라면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양학선이 너구리를 좋아한다는 말에 농심이 이 같은 방침을 정했지만 소식을 접한 대다수 국민은 "너구리 광고 모델로 발탁을 한다면 모를까 몸에도 좋지 않은 라면을 평생 준다는 것은 생색내기"라고 일침했다.
런던 지역 상인의 앰부시 마케팅도 제동이 걸렸다. '올림픽(Olympic)'이라는 이름의 카페는 간판에서 'O'자를 뺀 '림픽(lympic)'으로 업소명이 바뀌었고 소시지로 오륜 모양을 만들어 세일 행사를 홍보한 런던의 한 정육점은 '오륜 소시지'를 폐기했다.
한편 국내 주요 대기업은 올림픽 덕에 휘파람을 불었다. 펜싱과 핸드볼을 후원한 SK그룹, 여자 양궁의 스폰서 현대차그룹, 사격을 지원한 한화그룹 등이 그렇다. 실제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메달의 80%는 10대 그룹이 후원한 종목에서 나왔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