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링컨 : 뱀파이어 헌터'(30일 개봉)의 세 주역 티무르 베크맘베토브(51) 감독과 벤자민 워커(30),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28)가 16일 서울 왕십리의 한 복합상영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베크맘베토브 감독과 워커는 "고향 카자흐스탄에 한국인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매운 김치도 잘 먹는다" "학창시절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다. 연장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존경심이 좋아 보였다"며 앞다퉈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 은도끼와 동양 무술로 흡혈귀 물리치는 미국 대통령, 근사하죠?
러시아 카자흐스탄 출신인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자국에서 연출한 '데이 워치'와 '나이트 워치'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2008년 앤절리나 졸리 주연의 '원티드'를 연출하고 지난해 개봉된 '다크 아워'를 제작해 '흥행 제조기'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제작자인 팀 버튼 감독으로부터 처음 이 영화의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제목만 보고 구미가 당겼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를 대표하는 위인이 알고 보니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으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의 독창성도 뛰어났다고 귀띔했다.
이방인으로 할리우드에 진입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그는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솔직히 힘들었다. 그러나 믿고 신뢰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7년전 '나이트 워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면서 한국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절친한 사이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를 얼마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마이웨이'를 통해 해외 관객들이 한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링컨…' 역시 미국의 오래전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하다. 미국의 대통령이지만 동양 무술을 구사하므로 한국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통령 연기는 정말 재미있어. 이 참에 위인 전문 배우로 나서봐?
실제 링컨 대통령만큼이나 큰 키(191㎝)가 인상적인 워커는 줄리어드 스쿨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로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해 '링컨…'으로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명배우 메릴 스트립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안겨준 브로드웨이 뮤지컬 '블러디 블러디 앤드류 잭슨'에서 제7대 미 대통령 앤드류 잭슨을 열연한데 이어 , 다시 최고 통치자로 선출된(?) 소감에 대해 "지도자를 연기한다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경험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정치인이자 과학자였고 또한 바람둥이였던 벤자민 프랭클린도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한 문화 교류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 워커는 일행중 가장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19일까지 4박5일간 체류하며 비무장지대 등을 돌아볼 계획이다.
▶ 액션이 없어 처음엔 몸이 편해 좋았지만, 나중에는 글쎄…
윈스티드는 2007년 '다이하드 4.0'에서 주인공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의 딸을 연기해 국내 팬들과 얼굴을 익혔다.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와 공포영화 '더 씽' 등에 출연하면서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여배우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링컨의 아내 메리 역을 맡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뽐낸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한국에 반했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따뜻한 심성이 전해졌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았다.
출연진 가운데 유일하게 액션 장면이 없어 처음에는 홀가분했다면서도 "그런데 액션 장면 촬영에 전념하는 동료들과 스태프를 지켜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럽고 이상한 질투마저 느끼게 됐다"며 "여자 흡혈귀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결말부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