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한류(K-IT)가 유럽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 각종 디지털 제품이 유럽에서 통하는 '킬러 콘텐츠'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K-팝에 이어 K-IT 붐이 일고 있는 셈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은 매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전시행사 '게임즈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이번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동반주최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주최국인 독일과 사실상 같은 급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과거 게임스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소니와 같은 글로벌 게임사가 이 같은 영예를 누려왔으나 올해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게임 이벤트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은 '온라인 게임 원조이자 강자'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1996년 넥슨의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98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온라인게임이라는 장르를 구축, 발전시킨 것이 계기다.
출시 14년째를 맞은 '리니지'의 경우 누적 수출액이 13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온라인게임이 벌어들은 외화는 자그마치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수출액은 22억11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콘텐츠 산업 총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53%를 차지했다. 또 다른 한국 대표 콘텐츠인 영화나 음악과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다.
고무적인 점은 콘솔과 PC 패키지 게임이 강세인 유럽 게임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콘솔-PC게임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온라인게임은 매년 10%씩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을 가지고 있는 독일이 한국을 공동 개최국으로 정한 이유다. 독일 게임소프트웨어협회(BIU) 막시밀리안 쉥크 대표는 "게임산업의 세계적 추세는 온라인, 모바일게임이고 이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분야다.
한국이 공동개최국이 된 것은 독일 게임 산업이 한국으로부터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게임 기업의 면면을 봐도 K-게임의 존재감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간판 기업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B2C 부스와 함께 B2B 부스를 함께 마련해 소비자는 물론 사업 파트너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업체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하드웨어 업체의 선전도 눈부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게임스컴에 참여해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을 유럽 게이머에게 선보였다. 양사와 경쟁하는 소니(게임 부문 제외), 파나소닉, 샤프와 같은 일본 대표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지난달 기준 유럽 3DTV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28·2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 기업의 견제에서 멀찌감치 벗어났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게임스컴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참가 업체의 게임 예고편을 상영하는 '시네마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또 게임에 최적화된 고성능 모니터와 시네마 3D TV, 옵티머스4X HD 쿼드코어 스마트폰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3D 게임에 적합한 '시리즈7 게이머 옐로 3D' 노트북을 비롯해 홈엔터테인먼트에 적합한 최신 기기들을 자랑했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국내 게임업체와 한국이 게임스컴 동반주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쾰른(독일)=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