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명동의 한 골목에서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인터뷰후 사진을 찍기 위해 카페 2층 테라스에 얼굴을 내민 '조각미남' 장동건(40)을 길 가던 시민들이 발견하고 내지르는 소리였다. 12일 막 내린 SBS '신사의 품격'으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는 극중 캐릭터 도진처럼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으로 일과 가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 1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 어땠나.
HDTV의 위력을 말로만 듣다 실감했다. 사람들이 충격받을 거라고 말해도 내심 신경 안 썼는데, 첫 방송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중반 이후엔 잠을 자지 못해 얼굴이 더 안돼 보이더라. 하하하. 이 작품을 하면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부족한 잠이었다. '마이웨이' 등 영화 촬영으로 2년간 쉬질 못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시작해 더 힘들었다. 그간 영화의 호흡과 스피드에 익숙해 드라마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 왜 뒤늦게 로맨틱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나.
'태극기 휘날리며' 등 묵직한 영화에서 큰 감정을 연기하며 오는 카타르시스가 좋았다. 반면 그러면서 점차 일상 속 작은 감정에도 관심이 생기더라. 이번에 얼굴에 주름이 많이 나온 걸 보면서 젊을 때 할 걸 후회도 잠깐 했지만, 지금이라 오히려 도진을 더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30대의 장동건이었다면 나를 내려놓지 못했을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 망가지는 연기는 물론 심지어 맘보춤도 췄다.
처음에 연애 감정과 코미디를 연기해야 하는 거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특히 도진은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으로서는 위험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사랑받을 행동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정감어리게 다가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망가졌다.
- 평소 절친한 현빈이 이번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전작 '시크릿가든'에 출연했었다. 조언을 해주던가.
촬영 초반 코미디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군에 있는 빈이가 휴가를 나왔다. 함께 식사하면서 "하다보면 나중에 욕심날걸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딱 맞더라. "내무반에 채널 고정시키고 '신사의 품격'을 재밌게 보고 있다"며 응원도 해줬다.
- 가장 어려웠던 점은.
멜로 부분에서 (이수 역의 김하늘을 상대로) 오글거리는 연기를 하는데 죽겠더라. 실제 내 일상과 거리가 먼 모습이고, 이런 역할도 해보지 않았으니깐. 그래도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해 예뻐 보이게끔 노력했다.
- 아내 고소영이 얼마전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도진이 이수에게 한 백허그 장면에 대해 "나도 받아본 적 없다"고 질투해 화제가 됐었다.
안했나? 해줬던 거 같긴 한데. 하하하. '힐링캠프'를 보면서 뜨끔했다. 여자들의 심리를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알았다. 백허그를 좋아한다는 것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활용해야겠다.
- 연기할 때 아내와 아이의 존재가 영향을 주나.
물론 있다. 키스신을 찍으려다가도 주저하며 멈칫하게 된다. 그동안 센 배드신을 한 적이 없는데, 앞으로도 안 하는게 나을 것 같다.
- 아내의 복귀는 언제쯤인가. 그리고 둘째 계획은?
복귀는 많이 생각하는데, 아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지면 나설 때 더 부담이 되는 걸 아니까 적당한 시기를 찾고 있다. 둘째는 아직 계획이 없다.
- 도진이 실제 모습과 비슷한 점, 차이점은.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직설적이고 독설하는 건 내겐 없는 모습이다. 다만 도진의 장난기는 좀 있다.
- 로맨스 못지 않게 극중 40대 남자들의 우정도 관심사였다. 실제 그런 친구들이 있나.
세월이 지날수록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지만 그런 친구들이 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가 친구 사이로 호흡을 맞춘 김수로·김민종·이종혁과 친해진 거다. 이전에도 가깝게 지냈지만, 더 돈독해졌다.
- 상대역 김하늘은 어땠나.
티비로 보여지는 것보다 연기를 훨씬 잘해서 선배 배우들이 칭찬 많이 했다. 로맨틱코미디에 경험이 많아서 처음에 내가 의지를 많이했다.
- 장동건하면 늘 인기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내 이미지만으론 좌절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굴곡이 많았다. 드라마가 성공을 못하거나 독이 된 적이 있었고, 영화가 연달아 5~6작품이나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때론 아무 고민이 없는게 고민이라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라 이겨냈다. 그리고 작품이 잘 됐을 때도 차기작을 고민하느라 성공을 즐기질 못했는데, 지금은 의도적으로라도 즐기려 한다.
- 40대의 장동건은.
30대는 무엇을 향해 간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은 흘러가는 느낌이다. 때로는 몸을 맡겨야 하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같다.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