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 작가 강풀(38)은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 '이웃사람'의 22일 개봉을 앞두고 눈빛을 반짝였다. "오후 10시부터 숙면을 취해 체력을 보충하고, 에너지 음료도 한 캔 챙겨 마셨다"며 너스레를 떤 뒤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는 듣고싶지 않다! 좋았다고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영화 보는 순간 원작 잊어주길"
2007년 연쇄살인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 때 수상했던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유영철이었다'는 괴담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같은 괴담과 더불어 '이웃 중 누군가는 살인자를 눈치채지 않았을까'란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 '이웃사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영화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만족스러운 출연진 덕분이다. "(마)동석 형이 사채업자 역에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무릎을 치며 좋아했죠. 얼굴만 봐도 느낌이 오잖아요. 하하하. 가장 놀라웠던 건 김윤진 씨의 합류 소식이었습니다. 작은 역할인데도 선뜻 나서줘 고마웠죠."
두 번째로 카메오 출연을 경험하면서 연기력도 일취월장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가방 가게 주인 역의 임하룡과 호흡을 맞췄는데, 상대의 '차진 애드리브'에 맞춰 단 두 테이크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앞서 '아파트' '바보' 등 자신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꾸준히 제작됐지만, 흥행 여부는 매번 높은 관심사다. "작품의 영화화는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잘 되길 바라는 건 당연한 마음"이라며 은근한 욕심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목표 관객수 언급은 피했지만, 예상 관객수를 되묻고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강풀 원작 영화의 가장 큰 적은 강풀 만화'라는 말이 있더군요.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웹툰을 잊어주시길 부탁드려요. 만화는 제 작품이지만, 영화는 감독과 제작진의 몫이니까요."
▶ 강풀 표 웹툰의 모든 것
연재 전 평균 3~4개월에 걸쳐 대사와 지문까지 완벽하게 글로 쓴 뒤, 정해진 결말을 끝까지 지키는 게 '강풀 표 스토리툰'의 성공 비결이다. 작품의 모든 배경이 실존 장소라고 단언할 만큼 치밀한 취재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은 그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두 편이나 연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처음부터 스토리툰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일쌍다반사'라는 생활툰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X 싸는 얘기부터 토 하는 얘기까지 그야말로 'X'으로 뜬 만화가죠. 이후 포털 사이트의 연재 제의를 받으면서 '순정만화'를 시작했고, '유기적으로 완성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군요. 앞으로도 계속 스토리툰을 고집할 생각입니다."
영화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화가이지만, 한 번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그린 적이 없다. 만약 그랬다면 '이웃사람'처럼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나, 노인이 주인공인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작품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그럴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10년 동안 10편의 작품을 하면서 쌓아온 독자와의 유대뿐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자신의 철학을 작품에 의도적으로 드러낸 적도 없다. 유일한 예외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26년'이다. 수 차례의 제작 무산 등 갖은 우여곡절 끝에 크랭크인에 돌입한 이 작품은 올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연을 결심해 준 연기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26년'의 필름이 돌아가는 순간이 오면, '폭풍 홍보'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