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복지에서 급작스럽게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인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기조의 혼란이 무상보육 중단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육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20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관련 예산의 고갈로 9월 이후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자치단체가 속출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0~2세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데는 4·11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정책 수혜 대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각 자치구들의 무상보육 예산을 서로 당겨쓰는 '예산 돌려막기'까지 벌여왔고, 급기야 서초구는 카드사에 예탁금 대납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지자체의 보육료 부족분 2851억원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각 자치구 가운데 80%는 다음달 무상보육관련 예산이 바닥날 예정이다.
서울시 보육담당 관계자는 "시 예산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상황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7개월 남짓 시행된 전계층 0~2세 무상보육은 집에서 혼자 키우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굳이 안보내도 될 영아들을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고, 대기 수요의 급증으로 어린이집 입학부터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무상보육 정책의 최대 난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 비해 수혜자들의 체감 만족도는 낮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보육 현장의 도덕적 해이도 빈발하고 있다. 일부 민간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가정 양육 유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처럼 조작해 정부의 보조금을 착복하거나 편법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보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기도 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유해미 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시설위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가정에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공공성을 민간 보육시설에 떠넘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상보육의 사각지대를 필연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차일드케어그룹 정용민 대표는 "만 0~5세 영유아 277만명중 29%인 80만명 정도는 보육관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곳에 거주하고 있다"며 "부모의 보육 선택권을 존중하는 아동수당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배동호기자 el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