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자식 둘을 둔 김경복(가명·63)씨는 서대문구의 천연동에 사는 서울 토박이다. 김 씨는 요즈음 우울증에 빠진 것이 아닐까 싶게 의욕이 없다.
애써 키워놓은 자식들에게 더 이상 힘이 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큰 탓이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한 둘째 딸아이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 보기에 안쓰럽다.
내년 쯤 장가를 보내야 할 큰 아들의 전셋값 마련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고, 1억원이 없으면 전셋집 하나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30여년의 직장생활로 마련한 유일한 자산인 아파트 한 채의 가치는 하릴 없이 떨어졌다. 김 씨의 시름은 깊어졌다.
20일 서울연구원 서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서울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의 실업자 수가 금융위기 발생 직전 해인 2007년(20만7000명)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24만3000명으로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의 여성 실업자가 남성 실업자보다 더 많다. 성별 구성비를 보면 남성 61%, 여성 39%로 조사됐다. 여성들은 10명 중 6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
이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실업자의 평균 성별 구성비가 남 64%, 여 36%인 점을 고려했을 때 여성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5년간 서울의 청년실업률(15~29세)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의 청년 실업률은 8.2%(1·2분기 평균)로 지난 5년간 평균치 8.1%를 웃돈 것은 물론 2007년의 7.5%보다 0.7%포인트 높다.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전셋집을 얻으려면 1억원 이상이 든다.
부동산써브가 최근 2년간 수도권 소재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331만2379가구를 대상으로 1억원 미만 전세 가구수를 조사한 결과 92만485가구에서 53만7901가구로 38만2584가구 감소했다. 무려 42%가 줄어들었다. 서울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2년전 9만6800가구에서 현재 4만4454가구로 54% 줄었다.
부동산연구실 리서치팀 박정욱 선임연구원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가격이 저렴한 전셋집을 선호하는 1~2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들의 믿을 만한 자산이었던 아파트 가격도 날개 없이 추락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서울 0.42%, 신도시 0.18%, 수도권 0.09%가 떨어졌다. 여름 장마철과 대내외 경제불안이 겹친 탓에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내림폭은 최근 2년 동안 가장 컸다.
거품이 빠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가 한 달만에 0.99% 급락해 내림세를 주도했다. 일반 아파트도 0.34%나 하락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 등 부동산 거래활성화 조치들이 잇따라 쏟아졌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부동산114 김은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북돋울 호재가 없어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