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류의 핵심인 국내 연예계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야마구치 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독도 수영 행사에 참석한 송일국을 겨냥해 사실상 일본 활동 금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한류 관계자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현지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조짐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나타났다. 반한 감정의 표적이 돼 온 김태희는 2월 CF 발표회 하루 전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일본 주간지 뉴스포스트세븐은 과거 독도 관련 발언을 한 배용준과 소녀시대를 싸잡아 비난했고, 제1야당인 자민당 관계자는 "K-팝을 모두 금지해야 한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현재까지 한류에 미치는 악영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22일 빅뱅이 새 DVD로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슈퍼주니어·보이프렌드·시크릿 등 K-팝 스타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18일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JYP엔터테인먼트 합동공연 '2012 JYP 네이션'도 대성황을 이뤘다.
그럼에도 K-팝 관계자들은 긴장 일색이다. K-팝을 좋아하는 일본 젊은 층이 자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현안에 특별히 반응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활동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인기 가수가 속한 한 기획사 관계자는 "당장 매출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일부 극우 세력의 시위 등 돌발 변수에 휘말릴 경우 지속적으로 반한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요즘같은 시기에는 최대한 노출을 줄이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모 한류 스타가 일본에서 현지 카드회사와 신상품 출시 관련 프로모션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뤘다. 일부 세력의 여론몰이가 자칫 불매 운동과 스타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편 K-팝 업계에서는 이달 말부터 앞으로 한 달여가 향후 일본내 한류의 지속 여부를 전망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NE1은 31일부터 일본 4개 도시에서 9회에 걸쳐 대형 콘서트를 연다. 29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5주간 소녀시대·빅뱅·2NE1·씨엔블루·2AM·초신성·유키스 등 톱 가수들의 신보가 쏟아진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현지 기획사와 수시로 연락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일본 내 한류는 더욱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