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 시절을 기억한다. 그러나 추억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젊은 날 해 볼만 한 경험이었다고 포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일방적인 지시와 맹목적인 복종만이 오가는 조직의 특성에 어쩔 수 없이 길들여져야만 했던 당시의 자신을 떠올리기 싫어서일 것이다.
30일 개봉될 '미운 오리 새끼'는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대와 집단에서 상식 이하의 인간적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청춘들을 통해 거꾸로 실낱같은 희망을 말한다.
암울한 1980년대 후반, 군부 정권의 고문으로 정신병에 걸린 사진기자 출신 아버지(오달수)를 둔 낙만(김준구)은 6개월 방위(단기사병)로 헌병대에 배치받는다.
군기 센 헌병대에서 방위란 이유로 기간병들의 멸시와 천대, 오만 잡일에 시달리던 낙만은 탈영해 중죄를 짓고 영창에 수감중인 행자(문원주)를 만나 우정을 주고 받기 시작하지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위기에 처한다.
연출자인 곽경택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든 에피소드들은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펄떡펄떡 살아 숨쉬며 크고 작은 웃음을 쉴 새없이 선사한다. 일부 여성들은 '뭐 저런 데가 다 있어'란 의문을 품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래전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맞아. 정말 그랬지'라며 킥킥댈 것이고 그 외의 관객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듯 아무 생각없이 폭소를 터뜨릴 만하다.
웃음을 앞세웠지만, 감춰진 메시지는 꽤 진지하고 따뜻하다. 영창에 수감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의 감옥을 벗어나려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부조리에 순응하면서도 조금씩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내면에서 희망과 내일이란 두 글자가 읽힌다.
낙만 역의 김준구 등 곽 감독이 지난해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주요 출연진의 연기는 줄거리와 맞물려 편안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 조련에 능한 곽 감독의 장기가 이번에도 통했다.
큰 기대 없이 보러 왔다, 큰 감동을 안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