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기상재해가 우려됐던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국민들의 철저한 대비 덕분에 다행히 대형 피해없이 한반도를 빠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날려버릴 수 있는 최대풍속 40m 안팎의 강풍은 전국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역대 2위 강풍 몰아쳐=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께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한 볼라벤은 오후 11시 현재 방향을 약간 동쪽으로 꺾어 시속 36㎞ 속도로 북한을 관통하고 있다.
이날 관측된 지역별 순간 최대풍속은 광주 무등산이 초속 59.5m로 나타났다. 이는 최고 기록인 2003년 '매미'(60.0m)에는 조금 못 미치는 역대 2위권의 강풍이다.
서울의 최대풍속은 초속 18.8m로 2010년 태풍 '곤파스'(21.6m)에 비해 조금 약했다.
◆사망 12명, 20만 가구 정전=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박모(48)씨가 강풍에 날린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졌다. 광주·전남·충남 등에서도 임 모(89) 할머니와 정 모(75) 할머니 등 6명이 강풍에 희생됐다.
오전 2시49분께는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 2척이 전복되면서 중국인 선원 33명 가운데 18명은 구조됐으나 5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생존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 현재 볼라벤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12명, 부상 2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30가구 72명이 발생했고 20여 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전국 침수 차량 신고는 2000여대로 피해 금액은 100억 여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풍에 문화재 피해 속출=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밑동 옆 가지가 부러졌다. 이어 오전 10시께에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왕소나무(천연기념물 제290호)가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국보 제67호인 구례 화엄사 각황전 기와 일부와 보물 396호인 여수 흥국사 대웅전 용마루(기와) 일부도 파손됐다. 이밖에도 전남 순천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내 민속마을의 초가지붕이 날아갔다.
◆서울 초중고교 오늘 재량 휴업=서울 지역의 모든 유치원·초·중·고등학교가 28일 일제히 휴교에 들어가면서 다음, 구글코리아, 야후 코리아, 넥슨, 카카오톡 등 상당수 기업체들이 휴업 또는 조기퇴근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29일에도 피해가 우려될 경우 학교장이나 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