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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영화 '미운 오리 새끼'의 곽경택 감독 "잠들어 있던 헝그리 정신 깨웠다"



곽경택(46) 감독은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무척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오래전 자신의 단기사병 복무 시절을 담은 영화 '미운 오리 새끼'로 초심을 되찾은 듯한 얼굴이었다. '친구' '챔피언' '태풍' 등으로 '흥행 제조기'란 명성을 얻었던 때 이상으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어지는 호평…젊은 여성 관객 의외로 많아

이 영화는 지난달 30일 개봉됐다.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웃사람' '공모자들'의 연이은 흥행 열풍에 밀려 출발은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관람한 각계각층의 호평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멘토인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한 마리의 미운 오리 새끼로 살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란 내용의 글을 남겼고, 작곡가 김형석과 방송인 박경림 등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곽 감독은 관객들의 이같은 칭찬에 "자칫 무거울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당의정처럼 포장한 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같다"며 "의외로 젊은 여성들의 호응이 큰 편이다. 암울했던 1980년대 후반과 군대란 조직을 선입견 없이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군 복무 시절 다양한 계층 삶 눈 떠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90% 이상 곽 감독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일들이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역시 의사의 길을 가던 중 89년 18개월 단기사병으로 군기 센 헌병대에서 복무하면서 겪었던 사건들을 극화했다.

이발병인 주인공 낙만(김준구)이 중대장의 머리를 깎다가 실수로 자른 귓볼을 개 먹이로 주는 장면 역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시절이었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에서 상식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곱게 자랐던 제가 다양한 계층의 삶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주요 출연진은 '기적의 오디션' 출신 새내기

주요 출연진을 지난해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뽑은 새내기들로 꾸렸다. 장동건·유오성·이정재·정우성·주진모·권상우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주로 호흡을 맞췄던 곽 감독에겐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워낙 없다 보니 제작비를 끌어오는 것부터 홍보까지 홀로 책임져야만 했다. 심지어 촬영장에선 시민들이 배우는 몰라보고 곽 감독을 가리키며 "저 양반이 '위대한 탄생'의 멘토"라며 수군대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했던 제작 과정이 오히려 행복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자신의 단기사병 시절처럼 비루한 오늘을 살고 있지만 화려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미완의 대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낸 날들이 잠시 잊고 있었던 '헝그리 정신'을 일깨워줬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국영화 승승장구 이유

곽 감독은 올해 들어 한국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감독과 제작자가 관객들이 원하는 코드를 읽어내는데 이골이 난 덕분"으로 풀이했다. '친구'를 비롯해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묵직한 이야기를 앞세운 작품들이 잘되던 과거와 달리, 오락적 기능을 강조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바뀐 기호를 겨냥해 예전보다 늘어났고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고 한다. "주위를 보면 살기 편한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적어도 영화를 보는 두 시간만큼은 편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아진 것 아닐까요."

차기작은 드라마 '아이리스 2'가 될지, 영화 '메모리'가 될지 아직 미정이다. '메모리'는 '통증'을 함께 했던 한수연 작가가 원안을 제공했다.

준비가 빨리 이뤄지는 쪽으로 선택하겠지만, 메가폰을 잡는데서 기쁨을 얻는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흥행이 되든 안 되든, 해마다 한 편 꼴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미운 오리 새끼'가 사랑받아 출연한 녀석들이 잘 풀려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허허허."·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전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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