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석(37)이 7년만에 뮤지컬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마니아들은 레전드 '오드윅'('헤드윅'과 오만석의 합성어)의 귀환을 더 없이 반기며 매진 행렬에 가담 중이다. "배우로서 공연을 준비한다는 기계적인 마음가짐 이전에, 패션 스타일부터 취향까지 '헤드윅'을 통해 스스로가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며 쑥스럽게 웃는 그를 보니, 오만석과 '헤드윅'을 떼어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무의미한 단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성적 소수자 이야기만은 아니다
휴식 시간 없이 꽉찬 두 시간 공연을 마치고 나면 온 몸의 기가 소진돼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꼼짝없이 누워만 있게 된다. '뉴 헤드윅' 박건형의 강철 체력이 부럽기도 하지만, 무대에 설 때면 다음날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쁨이 앞선다. 관객 한 명, 한 명의 반응이 더할 나위 없는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힘이 되는 것은 관객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옆자리에서 함께 무대를 채우는 드랙퀸 남편 이츠학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파워풀하지만 속에는 애틋함 감춘 이영미와, 섬세하고 여리지만 한 번 돌변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유진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감동을 준다.
"가발을 주면서 이츠학을 떠나보낼 때, 두 사람에게 받는 느낌이 무척 달라요. 영미는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같이 공유되면서 터져 나오지만, 유진이를 보낼 땐 그 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고 할까요. 정확하게 짚어 말할 순 없지만 두 사람 모두 저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남편입니다"
수술에 실패한 트랜스젠더라는 캐릭터때문에 이 공연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짓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극단적인 감정 표현과 기괴할 만큼 화려한 모습에 가려졌을 뿐, 헤드윅의 인생 자체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그 결과에 맞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지는 주인공에게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숙제죠. 대사 중에 '하나 됨, 완성'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랑이란 누군가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 여장 연기 고충도 만만치 않아
고충도 만만치 않다. 특유의 메이크업은 본드로 눈썹을 딱딱하게 굳혀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 풍성한 속눈썹과 짙은 아이섀도로 방점을 찍는다. 대사를 하다 보면 입술에 바른 반짝이가 입 안으로 마구 들어오기도 한다. 이 메이크업을 지우는데 삼십 분 남짓이 걸린다.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 특성상 여성스러운 몸매 라인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특히 근육이 쉽게 생기는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는 금물이다. 행여 다리에 상처라도 날까 요새는 좋아하는 축구와 야구를 즐ㄱ;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
식단 조절 역시 필수다. 공연 준비에 앞서 살이 찔 수 있는 음식을 끊었고, 최근에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샐러드로 끼니를 때운다. 간간히 기름기가 적은 회로 영양을 보충하고 있다.
다행히 열 살 된 딸의 간식을 만들어 주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딸의 친구들을 초대해 특제 떡볶이를 만들어 주며 점수를 챙겼다. "다들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 요리를 못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활짝 웃은 오만석의 비밀 레시피는 부산 어묵과 양파를 푸짐하게 썰어 넣고 새콤한 감칠맛을 위해 마지막에 식초를 조금 넣는 것이이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안/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