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rector KIM ki-duk poses with the Golden Lion he won for his movie 'Pieta' at the awards photo call during the 69th edition of the Venice Film Festival in Venice, Italy, Saturday, Sept. 8, 2012. (AP Photo/Joel Ryan)
열 여덟 번째 연출작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만큼 국내외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한국 영화인은 매우 드물다.
인간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직설적인 폭력 묘사와 간결한 이야기 방식으로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칭호를 받았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특징과 독불장군에 가까운 제작 방식 및 거침없는 언행이 주류 영화계와 담을 쌓는 결과를 빚어 '이단아'로 머물고 있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일찌감치 학업을 중단하고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해병대를 제대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32세의 나이에 난생 처음 본 영화인 '퐁네프의 연인들'과 '양들의 침묵'으로 감독의 꿈을 품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95년 '무단횡단'이란 시나리오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고, 96년 '악어'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2004년 한 해에만 '사마리아'와 '빈 집'이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차례로 감독상을 휩쓰는 진기록을 작성하면서 임권택·박찬욱·홍상수·이창동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거장으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나쁜 남자'를 제외한 국내에서의 연이은 흥행 부진은 '스스로의 고립'으로 몰고 갔다. 2006년 '괴물'의 흥행 성공을 "거대 자본의 힘"이라 평가 절하하며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고, 제작을 맡았던 '영화는 영화다'의 흥행 수익 정산 과정에서 배급사와 법적 마찰이 빚어지자 급기야는 감독 은퇴를 선언한 뒤 2008년부터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3년간의 은둔 생활을 끝내면서 지난해 발표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김 감독은 최근 제작발표회와 예능 프로그램 등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부드러운 남자'로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순해지긴 했어도 강렬한 표현 수위가 여전히 인상적인 '피에타'가 말해 주듯, 특유의 작품 세계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