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떠드는 박세영(24)의 모습은 영락없이 요즘 20대 아가씨다. SBS 월화극 '신의'에서 연기 중인 '얼음공주' 노국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한다는 평을 받는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서 큰 눈을 반짝였다.

# 무거운 가채 올리면 말수 줄어

전작 '사랑비'에서 짝사랑하는 서준(장근석)을 쫓아다니는 이미호 역으로 발랄한 매력을 뽐낸 데 이어, 지금은 단아하고 우아한 공주의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성격은 활발하지만 배역에 따라 바뀌는 것 같아요. '사랑비'에서 통통 튀었다면 최근엔 차분해졌죠. 특히 노국 공주가 말 수가 적은 편인데, 촬영장에 막 도착했을 땐 활발하다가도 무거운 가채를 머리에 올리고 나면 자연히 말수가 줄어들더라고요."

얼음같은 겉모습 뒤에 공민왕(류덕환)을 향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는 캐릭터이므로, 쉽지 않은 연기에 도전중이다. 방송국 자료실을 뒤져 KBS '역사 스페셜' 공민왕 편을 찾아보고, 눈동자 움직임에도 신경을 쓰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공족' 커플 로맨스 기대감 가득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 노국공주의 깊은 속을 몰라주는 공민왕이 야속하다. "공민왕이 노국공주에게 냉정하게 구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실제 마음도 좋지 않아요. 노국공주가 안타깝고 불쌍해서 속에선 공민왕에게 '나쁜 녀석'이란 말이 절로 나와요. 하하하."

그러나 주인공 은수(김희선)·최영(이민호) 못지 않게 앞으로 애절한 사랑을 보여줄 '공족' 커플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역사에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요. '사랑비' 때는 짝사랑만 해서 이번엔 사랑받고 싶어요. 시청자들도 은수·최영 커플뿐 아니라 '공족' 커플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 김희선 선배 열혈팬 "배울 점 많아요"

극 중에선 왕비지만 촬영장에선 막내라 스태프와 배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열 한 살이나 나이가 많은 김희선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토마토' 등 김희선 선배의 작품은 모두 챙겨봤을 만큼 팬이었는데, 더 좋아졌어요. 제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쓰는 대기실이 꽉 차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면 선배가 자신의 대기실을 같이 쓰자면서 내주고, 현장 분위기도 늘 유쾌하게 만드세요. 배울 점이 많은 선배랍니다."

김희선과 잊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함께 가마를 탄 신에서 조명의 불빛에 모여든 온갖 종류의 벌레들에 시달리며 촬영했던 적이 있다. 비록 벌레 때문에 그 날의 촬영은 중단됐지만,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계기였다.

# 1년간 네 작품 "내겐 행운"

'내일이 오면' '적도의 남자' '사랑비'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신인인데도 1년간 무려 네 작품이나 경험하는 큰 행운을 잡았다. 게다가 주로 유명 감독과 작가가 참여한 기대작에 출연했다. 그러나 분량상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과 같은 행운이 혼자만의 힘은 아니라 생각해요. 연기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으니까요. 이번 작품은 처음엔 사극이라 두려움이 있었지만, 3차까지 오디션을 치르면서 점점 적응해갔어요. 감독님도 예쁘게 봐주셨고요.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사진/최종수(라운드테이블)·디자인/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