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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신의 손

"내 책상 옆 창가에 누가 가져다 준 예쁜 선인장 하나가 말라가고 있다. 물을 줘야지 하다가 또 다른 일에 묻혀 잊어버린다. 이젠 물에 담가놓아도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돌아보니 사무실 곳곳이 시체다. 고운 꽃의 생사여탈이 내 손에 달려 있어 내가 신인데 세상을 죽이고 있다."

교육 운동가 이수호 선생의 책 '다시 학교를 생각한다'에 실린 '신의 손'이라는 제목의 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신이 되는 자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 물을 줘야지 하다가 다른 일에 묻혀 그만 생명을 시들게 하는 일이 없었는지 퍼뜩 돌아보게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선생은 제자들에게, 그리고 상사는 부하들에게 신이다.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지배자는 백성들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 물론 절대자로서의 신이 아니라, 상대의 삶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어떤 신을 만나는가에 따라 그 인생의 진로와 질이 달라진다. 그런데 정작 그 신들은 별로 민감하지 못하다. 아프다고 지르는 소리가 없으면 그 소리가 없다고 여기고, 눈물이 보이지 않으면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매일 매일 여위어가고 있는데도 잘 먹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면서도 신의 자리는 한사코 지켜내려고 든다. 자신을 신으로 만들어주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처럼 구는 권력자들은 더하다. 마이더스 왕은 손만 대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는 신의 손을 원하다가 자기 딸까지 황금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사는 세상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대개 바로 이 신들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저지르는 나태와 욕심이 원인이다. 에덴동산에서 악마는 인간을 신이 되라고 꼬인다. 절대지존의 자리에 오르기면 하면 모든 것이 다 손에 들어온다고 설득한다. 여기서 악마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거머쥐려는 것이 신이 아니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신의 본질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 신의 자리에 있는 이들은 예민하게 살펴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건 감시나 관찰의 눈초리가 아니라,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상대의 처지를 속 깊게 헤아려보는 눈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질주하는 사회에서, 창가에 놓아둔 선인장은 어느새 잊혀져간다. 그러는 동안 세상 곳곳에서 자취 없이 소멸해가는 이들이 있다. 신이 된 이들이여, 자신의 손을 다시 보라. 무엇에 그토록 바쁜지.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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