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역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덕수궁이 감춰진 속살을 공개한다.
덕수궁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덕수궁 프로젝트'전이 19일~12월 2일 열린다.
덕수궁은 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신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거처하면서 처음 궁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이후 광해군 시대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1897년 고종이 아관파천 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궁'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힌 고종은 1919년 이곳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서도호를 비롯해 정영두·이수경·임항택·김영석·정서영 등 12명의 작가들은 덕수궁 내 중화전, 행각, 함녕전, 덕홍전, 석어당, 정관헌 등 6개 전각과 후원에 9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덕수궁미술관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완성된 작품, 영상,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서도호는 고종의 침전으로 지어진 함녕전을 은밀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잠잘 때 보료 3채를 깔았다는 궁녀들의 증언을 영감으로 정영두와 손잡고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편전이었던 덕홍전은 하지훈에 의해 편안한 좌식 의자가 설치되고, 성기완은 음악과 함께 다양한 효과음으로 내부를 메운다.
위엄 있는 2층 목조물로 정전이었던 중화전은 류재하의 미디어 영상을 통해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형된다.
인목대비가 5년간 유폐되기도 했던 석어당은 이수경의 LED 조명으로 만들어진 '눈물'이 자리잡고,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은 이곳에 여성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연못가 숲에는 최승훈과 박선민이 만든 그림자 놀이 영상이 상영된다.
전시기간 관람객은 발을 들여 놓지 못했던 덕홍전이나 중화전 내부에 직접 들어가 육중한 역사의 무게감과 작가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느끼게 된다.
서도호 작가는 17일 "과거 역사와 현재 덕수궁의 조화를 끌어내는 작업 자체가 의미있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람료는 성인 2000원으로 저렴하고, 초·중·고등학생은 무료다. 미술관 2층에 전시중인 '한국현대미술'전은 덤으로 관람할 수 있다. 요일별로 퍼포먼스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oca.go.kr)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문의: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