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되레 소비 시장이 안정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필품 소비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고비용을 지출하는 소비 패턴이 사라지면서 거의 모든 산업군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향안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합리적 소비'라는 선물을 준 셈이다.
필수품 중 하나인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가격 거품이 제법 빠졌다. 대표적인 상품이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이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도입 6개월만인 올해 1월 말 42만명 수준이었지만 6월에는 81만4000명에 달해 5개월동안 90% 가량 증가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알뜰폰은 쓰기에 따라서는 한 달 이용료를 1만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온세텔레콤이 출시한 '음성표준 요금제'의 기본료는 5500원. 똑같이 음성통화에 초당 1.8원이 과금되는 기존 이통사의 표준요금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내면 된다. 기본료 2만2000원(음성통화 100분, 데이터 500M)이면 기존 메이저 통신사의 4만4000원 요금제 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컴퓨터, 노트북, 디카와 같은 IT제품 가격도 안정을 찾고 있다. '반값 할인'을 내세운 소셜커머스가 이들 제품을 주력 아이템으로 확보하면서다.
삼성전자는 티켓몬스터와 쿠팡 등에서 3시리즈 노트북을 저렴하게 팔고 있으며, 아수스는 쿠팡에서 울트라북을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중형 세단 '파사트 2.0 디젤' 모델 가격은 3990만원으로 이전 세대 대비 600만원가량 낮아졌다. 연비와 동력 성능이 향상됐음에도 가격을 15%정도 내린 셈이다. 폭스바겐은 '파사트' 덕에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를 제치고 2위로 점프했다.
신차를 낼 때마다 가격을 내린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라는 마의 벽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