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 콘서트'의 '희극 여배우들'에 출연 중인 정경미(32)는 코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유쾌하게 웃다가도 씁쓸한 표정을 슬쩍슬쩍 내비쳤다. 극 중 7년째 연애만 하는 공식 연인 윤형빈에 대한 '한 맺힌' 절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내용이 자신의 실생활과 무관하지 않아서다. 그는 "코너가 나간 후 사람들에게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만 수백 번 들었다"면서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 결혼 언제 하느냐는 질문만 수 백 번
박지선·허안나와 함께하는 이 코너에서 연애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과장해서 풀어놓는 개그로 웃음을 준다. 윤형빈 덕에 '국민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전 요정이 아닙니다"를 외치며 그는 물론 결혼을 방해한 사람들까지도 매주 고소한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멤버들끼리 서로의 개그가 어땠는지부터 물어보곤 해요. 너무 심했나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고, 재미를 위해 더 나쁜 남자로 만들어 버릴걸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런데 재미있게 연기한 무대에서와 달리 이 때는 솔직히 좀 슬프기도 해요. 과장은 좀 했을지라도 실제 관계를 기반으로 했으니까요."
이 코너로 인해 윤형빈은 '왕비호'도 모자라 '국민 나쁜 남친'이 됐다. 그러나 실은 코너의 인기에 한 몫을 담당한 숨은 공신이었다. 정경미는 "누구보다 코너를 좋아한다"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때도 있고, 녹화 때 모니터도 해준다"고 실컷 흉보던 무대 위에서와는 달리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정경미의 고소로 정작 시달리는 건 박지선·안영미와 같은 친한 동료 개그우먼들이다. 얼마나 궁금했으면 일반인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정경미가 언제 결혼하는지 대신 물어본다. 미안한 지 정경미가 어색하게 웃었다.
# 코믹컬 '드립걸즈' 티켓 파워 과시
윤형빈을 소재로 삼은 개그는 얼마전 시작한 공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를 같이 했던 안영미·강유미·김경아와 다시 뭉친 코믹컬 '드립걸즈'에서다.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방송은 정해진 대사만 해요. 예를 들어 A·B라는 대사가 나오고 C에서 웃음이 터지도록 짜는거죠. 이에 비해 공연은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애드리브가 많죠. 방송보다 리얼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점이 재미있어요."
방송을 넘어 공연 시장까지 개그우먼들의 설 자리를 늘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거라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드립걸즈'에서는 물론 어느덧 '개그 콘서트'의 맏언니가 된 그는 "요즘 개그우먼들이 주목받고 있어 기쁘다"면서 "후배 개그우먼 중에 외모는 물론 연기와 노래가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서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정경미 역시 결혼을 외치는 무대에서와는 달리 당분간은 일에만 매진할 계획이다. 결혼 계획을 물었더니 "올해 계획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뿐이다. 전국을 돌고 해외까지 진출해 남미·잠비아 사람들까지 사로잡고 싶다"고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디자인/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