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서 웃음기를 쫙 뺀 유해진(42)은 진지했다. 익살 맞았던 과거의 스크린 속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미쓰 고'에 이은 신작 '간첩'으로 숨은 매력을 뽐낸 그는 이제 '매력남'이라는 칭호를 달아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 무게 잡는 기둥 역할 담당
북에서 남파한 암살 담당 최부장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스타의 면모를 뽐낸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벌하게 사람들을 죽이며, 뛰고 뒹굴며 거침없는 액션을 펼친다. 이채롭게도 코믹한 역할은 김명민 차지다.
"충돌하는 장면 등 위험한 신이 많아 다칠까봐 걱정했어요. 비록 멍이 들고 찰과상을 입었지만, 큰 사고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고 비교적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그동안 조금씩 해 왔던 액션 연기가 도움이 되기도 했고, 사격 신의 경우에는 '서서 쏴'는 기본인 대한민국 육군 출신이니까 크게 어렵지 않았죠. 하하하."
극 중에서 '람보'처럼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정작 어려웠던 건 액션보다 감정 연기였다고 털어놨다. 김명민· 염정아·정겨운·변희봉 등 코믹한 인물들 틈에서 유일하게 무게를 잡는 기둥 역할을 맡은 그는 "관객들에게 기둥이 약해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 충무로 대표 연기파 '우뚝'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래 전 소망을 이뤘다. '왕의 남자'의 육갑 등 다양한 영화로 쌓은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변신의 기회를 제대로 얻어서다.
"이전부터 정극 스타일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부당거래' '이끼'를 계기로 조금씩 연기 폭을 넓혀온 게 '미쓰 고'의 멜로 연기와 이번 액션 연기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러나 멜로와 액션 등 장르를 구분하지는 않아요.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만 다를 뿐 다 똑같은 연기니까요."
이제는 충무로의 대표 연기파로 자리잡은 그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연극을 꼽았다. "1997년 '블랙잭'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기 전 연극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 치명적 매력 가진 남자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정평이 자자하지만, 남녀 불문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지금은 결별한 김혜수 등 톱 여배우들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아마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아해주시는게 아닐까 한다"고 쑥쓰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나 항간에 돌고 있는 또 다른 여배우와의 열애 소문에 대해선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금은 일과 등산에만 푹 빠져산다. "북한산을 자주 다니는데, 제게 산은 선생이자 의사이고 친구같은 존재에요. 산에 오르면 정신이 맑아지죠. 추석에는 무대 인사가 있어서 일을 할 것 같아요.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거죠."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