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이 길었던 만큼 매력 농도는 짙어졌다. 1년만에 새 앨범 '포이즌'을 발표하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4인조 여성그룹 시크릿이 치명적인 섹시함으로 남성들의 마음을 녹인다.
◆ 발랄한 이미지 싹 지웠어요
새 앨범의 타이틀곡 '포이즌'은 노래 제목처럼 발표와 동시에 강한중독성을 뛰며 줄곧 차트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2009년 데뷔 후 '매직' '마돈나' '사랑은 무브' '샤이 보이'로 이어온 흥행 행진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시크릿이 추구해 온 리얼 사운드가 이번에도 통한 것 같아요. 노래 전반에 같은 멜로디의 색소폰 선율이 반복돼 중독성이 더해졌고요."
음악의 힘도 있지만 팬들을 사로잡은 더 큰 무기는 외적 변화다. 그동안 보여줬던 여동생 같은 발랄한 모습은 싹 지우고 섹시한 여인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노래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은 것에 비해 시크릿의 스타성은 부족했다고 판단했어요. 노래는 알아도 멤버 이름은 잘 모르고, 그저 친근한 동네 여동생 정도로만 생각하더라고요. 우리 나이에 맞게 성숙하게 변신할 타이밍이라 생각했죠. 시크릿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화제를 모으는 건 '골반춤'을 내세운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다. 말을 타는 듯한 자세로 중심을 잡고 상체와 골반을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춤으로, 첫 방송이 나간 후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다른 시선으로 보는 분도 있겠지만 저희는 섹시하고 멋있는 동작이라고 생각해요. 고난도 안무를 힐을 신고 소화해야 돼 연습하는 동안 다리에는 늘 파스 투성이었죠. 예전에는 파워풀한 춤을 춰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못 줬는데, 이제 우리도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나봐요. 호호."
◆ 공백기 동안 멤버들 뭐했나
1년에 수십 팀의 신인 그룹이 쏟아지고, 하루도 쉬지 않고 활동해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1년의 공백을 보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그러나 멤버들 모두 언제 1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알차게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활동에서 섹시 코드의 핵심이 된 전효성(23)은 춤을 더욱 연마했다. 비욘세 스타일의 동작이 크고 힘이 있는 안무를 좋아하는 그는 기본 동작과 눈빛, 제스처, 감정 이입 등을 보강해 춤을 섬세하게 가다듬었다.
한선화(22)는 보컬 수업과 기타 레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백치미' '엉뚱돌'과 같은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던 그는 "실력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배웠다. 아직 미흡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매를 다듬은 그는 "준비가 돼 있어야 무슨 일이든 닥쳤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몰라보게 체력이 좋아졌고, '11자 복근'도 얻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5곡 중 3곡의 작사에 참여한 징거(22)는 노랫말에 필요한 간접 경험을 키우기 위해 영화에 빠져 살았다. 송지은(22)은 재즈 피아노를 배우는가 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지인들을 두루 만나며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키웠다.
"준비를 하면서 우리끼리 '이러다 1년이 지나는 거 아냐'라고 농담했어요.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죠. 쉴 틈 없이 활동할 때는 몰랐는데, 무대의 소중함이 절실해졌어요. 이제 제대로 즐겨야죠."·디자인/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