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미국 방송·음악 시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가수 싸이(35)가 25일 삼성동 라마다 서울 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성과를 밝혔다. 특유의 코믹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그는 "예전에도 항상 '지금이 전성기'라는 마음을 갖고 살았는데 가수생활 12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며 쑥쓰러운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한국의 '대표 B급 가수'에서 '강제 월드스타'가 되기까지 "오직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임했다"며 성공에 대한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좋은 일로 기자회견을 해 본적이 없는데 오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활동을 끝내면 휴식차 매번 해외에 다녀왔지만 오늘처럼 공항이 붐볐던 적은 처음이다.
예상 수익이 1000억원이라는 기사는 아마 내 이야기가 아니라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우린 3개월 정산이다. 음반이 나온 게 7월 19일이니 다음달 말께 정산이 될 것이다. 매출이 컸던 건 사실이다.
내 건강을 염려하는 댓글도 처음 받아본다. 그동안 대중이 내게 책임감을 기대하지 않아서 음악만 열심히 하면 되는 나름 편한 삶을 살았는데 이제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많은 한류가수가 해외에 진출했지만,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다. 싸이가 세계시장을 사로잡은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외국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오스틴 파워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가 오스틴 파워를 볼 때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지않나. 난 태생이 B급인 것 같다. 속된 말로 '싼마이'라고 하는 것들을 만들 때 난 소스라치게 좋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나로 인해 다른 선·후배들의 도전이 폄훼되거나 비하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결과가 어땠건 그들이 계속 도전했기에 K-팝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고, 내 뮤직비디오는 거기에 편승해 얹혀간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사적으로도 친한 여러 가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나로 인해 폄훼되는 게 안타깝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한국 팬들 덕분이라고 답한 이유는.
한국에서 활동하던 12년 동안 가수를 접을 뻔한 적도 있었고, 대중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의 기회는 한국에서 12년 동안 가수로서 강건하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나를 용인한 국민들 덕분이 아니겠나.
NBC '투데이쇼'와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도 돌발 한국어 인터뷰를 했는데, 두개 다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미국 무대에 오르니 좀 울컥한 마음에 한 번 "대한민국 만세"를 해보고 싶었다. 그 두 번의 한국말은 작지만, 어찌 보면 큰 한국 가수의 꿈이다.
현지 팬들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사나이' 등 가사를 함께 따라 부르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그들이 강남스타일을 이유로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내가 계속 한국어로 활동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구체적인 향후 활동 계획은.
11월 중순이나 말 무렵, 새로운 싱글 또는 싱글이 포함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음반 시장이 많이 움직이는 시기라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그때까지 새 음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기존 곡으로 앨범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테마가 있어서 그런지 '챔피언'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 노래가 미국에 가게 된다면 후렴부의 가사는 반드시 바꿔야 할 것 같다.
굉장히 이례적으로 유니버설 측에서 "한국말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줬다.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 듣겠는데, 내가 하는 한국말 랩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다고 하더라. 무척 감사한 기회다. 두 번째 발매하게 될 싱글부터 영어로 만들 것 같다.·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