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공식 명칭을 PIFF에서 BIFF로 바꾸고,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을 완공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다음달 4일 17회 개막식을 앞두고 25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관(57·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학장)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영화의전당 시대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외연 확대와 함께 세계적 수준의 질적 성장을 확신했다.
- 집행위원장으로서 지난해 처음 영화제를 치른 소감은.
16년간 영화제를 치렀지만, 지난해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의 빈 자리였다.
워낙 오랜 시간 친형제나 친부자처럼 지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자꾸 기대려고 하기도 한다. 1년에 약 15개의 해외 영화제에 다녀오는데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처음 혼자 가기 시작했다. 허전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어리광 피울 수 없을 것 같다. 김 명예 위원장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으면 한다.
-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과 주목해야 할 점은.
내실을 함께 다지는데 중점을 둔다. 아시아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뉴커런츠'가 BIFF를 대표하는 섹션으로 자리잡았듯이, 올해는 비아시아권 영화의 경쟁부문인 '플래시 포워드'도 더욱 탄탄해 질 것이라 기대한다.
- 모교인 중앙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영화제에도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전해진다.
중앙대에 있으면서 영화제를 계속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고, 나머지 3분의 1씩을 부산과 서울에서 보낸다. 그런 생활은 계속되지만, 좀 더 부산에 전념할 수 있는 심적 안정감이 생겼다.
- BIFF는 단순히 축제와 마켓의 측면을 넘어, 아시아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크다.
아시아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아시아영화펀드 등을 통해 다양한 아시아 영화인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해왔다. 이제는 아시아가 세계 영화 지도의 중심이 됐다. 우리 영화제가 그 시기를 정확히 만났다.
- BIFF가 한국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간접효과가 더 크지만 독립영화 지원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저예산 영화는 물론 초저예산 영화까지 활성화 하는데 지원해 왔다. 앞으로는 영화의전당을 독립영화 작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 이를 위한 온라인과 케이블 TV 전용 채널도 만들 예정이다.
- 지난해 문을 연 영화의전당 운영을 놓고 시설 운영팀과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는데, 올해는 어떤 개선책이 마련됐나.
지난해에는 시간이 없었고, 영화제·영화의전당·시·시공사·시행사 등 5개 주체가 각자 의욕만 앞서다 보니 손발이 맞지 않았다. 올해는 영화제와 영화의전당 두 주체로 압축했고, 많은 시뮬레이션과 워크숍을 거쳤으므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늘어가는 외국 관광객과 시민 참여에 맞춰 올해 달라지는 서비스는.
키즈·실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개·폐막식에 처음으로 일반 관객 지정 좌석제를 실시한다. 영화제 기간을 열흘로 늘여 토요일에 폐막식을 치른다. 두 번의 주말 동안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올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관객이 잘못한 것은 거의 없다. 열에 하나 있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우리가 미비했고, 소통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올해도 영화제를 마음껏 즐기고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해 달라. 그렇게 개선해 가면서 완벽한 영화제로 성장하겠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