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지역구를 둘러본 여야 의원들은 24일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서도 연말 대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하나같이 전했다.
특히 '안풍'을 증명이라도 하듯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고 여야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민들로부터 경제가 어려운탓인지 물가와 일자리 문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다들 지난해만도 못하다고 그런다. 추석인데도 명절 대목을 제대로 못봤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구갑)도 "주로 전통시장의 자영업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손님들 지갑이 얇아진 탓인지 매출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장사가 좀 된다는 집도 매상이 지난해보다 10~20%씩 줄었고 부동산과 관련된 업종은 최악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군)은 "옛날 같으면 기업체 후원으로 농촌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여는데 올해는 너무 경제가 어렵다보니 그것마저 안되고 있다"며 "태풍 피해로 파괴된 시설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생의 최대 화두가 경기침체였다면 추석 밥상에 오른 정치권 얘깃거리는 단연 안철수 후보였다고 여야 의원들은 전했다.
그 가운데서도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 젊은층의 '안철수 쏠림' 현상을 크게 경계하며 연말 대선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구을)은 "안철수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지역민들이 많았다. 안 후보가 '리얼리티'가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 층에서는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부담감이 덜한데 40대 후반 이상 지역민들은 정보가 없으니까 안철수가 누구냐,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사람이냐고 묻더라"며 "지금 새누리당이 4대 6으로 밀리는 분위기라고 큰일났다며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도 "해운대 쪽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1차적 지지층이 최소 50% 이상 되는 곳인데도 젊은층에서 '안철수 바람'이 생각보다 강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호응은 별로 없었지만 안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 꽤 두터웠다"고 분석했다.
추석 전부터 지역구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렀다는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은 "박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증기탕처럼 뜨거운 지지를 보내면서도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많았다"며 걱정스런 지역 민심을 전했다.
그는 "안철수 캠프에서 이헌재라는 분이 '올드모피아'라고 비난을 받으니까 곧바로 직책없이 자문역으로 선을 그었는데 새누리당은 그런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소위 '병풍'이라고 불리는 박 후보 측근들이 일련의 비리 의혹을 받는 것과 비교돼 격분하면서 실망감을 많이들 토로하더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의 경우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지역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군)은 "박 후보 측근의 비리의혹 문제로 일부 지지층이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은 흡수되지 않고 관망하는 상태"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게 단일화만 성사한다면 분명이 이긴다는 것인데 그 전제는 민주당과 안 후보가 원만히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시)은 "문 후보와 민주당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지지로는 돌아서지 않는 관망상태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나 호기심을 많이 갖더라"고 설명했다.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군)은 "단일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도 호남이라 그런지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는 못 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꼭 민주당을 통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