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대북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남북 간 경제연합을 구축해 접촉면을 넓히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를 동북아 평화의 분수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왔던 현 정부와는 대치되는 것으로 대북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햇볕정책'과도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 경제연합…"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
문 후보는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인 4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10·4 선언기념 특별대담을 갖고 '남북 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구상을 실현할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남북 경제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당선 이후 북한에 특사를 파견,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단절된 남북 대화의 물꼬부터 트겠다는 것이다.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활성화를 통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가동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 협상 ▲철도·가스관 연결을 통한 동해경제권 구축 ▲임기 후반기 '남북간 포괄적 경제협약' 체결 ▲한반도인프라개발기구(KIDO) 및 북한개발투자공사 설립 등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과 관련해서는 "불안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안정시켜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길은 10·4 선언의 합의대로 이 일대를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평화협력지대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북풍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북한 당국과 우리 정부에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북한개발투자공사 설립에 대해서는 "KIDO가 공공 부문의 북한 인프라 건설을 총괄한다면, 북한개발투자공사는 민간부문의 북한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며 "북한의 자원을 개발하려는 민간기업이나 수익을 겨냥하는 펀드나 연기금 등의 대북투자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 평화 구축의 핵심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문 후보는 '북핵 불용', '9.19 공동성명 준수', '포괄적·근본적 해결'이라는 3원칙을 제시했다.
북핵 문제의 종착지를 북한의 핵 포기로 삼되,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무조건적인 '선비핵화' 요구 대신 '정전체제의 해체'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남북·북미 간 긴장관계에서 찾았다.
그는 "북핵 폐기 과정에서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를 정상화하며, 남북대결구도를 해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런 포괄적인 접근만이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하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한국이 대미공조·대북협력이 동시에 가능한 만큼,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북미 양국 간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평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 확정 ▲2013년 여름까지 평화 구상 조율을 위한 한미·한중 정상회담 개최 ▲2013년 내 평화 구상에 대한 합의 도출 목적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 도출 ▲2014년 말까지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기구 출범 수순을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 구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남북 사이에는 남북경제연합을 통해서 사실상의 통일의 길로 성큼 다가서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 평화구상 추진을 통해서 남북경제연합을 위한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행해 온 기구들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북 충돌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라는 한 시민의 질문에는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 등 우발적인 충돌조차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고의적·의도적으로 도발해 온다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안보라면 보수세력이 더 잘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참여정부 5년 동안 북한과 단 한 건의 군사적 충돌도 없었다"며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안보 파탄이 아닌가. 누가 더 안보를 잘하느냐"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담은 외교 통일분야 전문가인 연세대 문정인 교수와 이뤄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