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손발이 오글거리는 이미지를 꿋꿋하게 이어간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경쟁력이다. '선병맛 후중독' '오캬홀릭' 등 생김새도 요상한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오렌지캬라멜(레이나(23)·나나(21)·리지(20))은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점시장을 확보했다. 데뷔 3년째를 맞아 발표한 첫 정규앨범 '립스틱' 역시 또 인기다.
▶ 우린 키 크고 섹시한데다 귀엽기까지
"요즘 우리 중에 레이나 언니가 제일 귀여워요. 예전에는 무말랭이 같았는데 요즘은 러블리한 젤리 같아요. 막내인 제가 언니를 귀염둥이라 부른다니까요."(리지)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통성명도 없이 언니 칭찬부터 시작한다. 이들에게 관습이나 틀은 무의미하다. 무심코 내뱉은 막내의 말을 맏언니는 진지하게 받는다.
"오렌지캬라멜 하면서 성격이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귀여워 진 것 같아요. 오늘 헤어가 특히 귀엽게 잘 나왔네요. 춘리 같기도 하고 뿌까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에 들어요."(레이나)
레이나는 "저나 나나는 아기자기한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아 오렌지캬라멜 데뷔 컨셉트를 듣고 무척 걱정했다. 소속사사 오디션에 트로트를 부르고 합격한 리지 혼자 반가워 했다"고 덧붙였다.
3년 전 애프터스쿨의 막내들이자 170cm 안팎의 늘씬한 모델 포스의 세 멤버가 만화 속 요정 코스프레를 한 듯한 모습으로 오렌지캬라멜을 결성했을 당시 대중은 물론 팬들마저 경악했다. 그러나 데뷔곡 '마법소녀'를 시작으로 '아잉' '방콕시티' '샹하이로맨스' 등 제목도 범상치 않은 곡들은 모두 흥행 반열에 올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막내 셋이서 잠시 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당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그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새 3년째가 됐고, 정규앨범까지 내게 됐네요."(레이나)
"데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팬들은 물론 동료 가수들도 우리를 패러디하며 즐거워 하더라고요. 노래도 점점 떴고요. '아! 승산이 없진 않겠구나' 생각했죠. 더 힘을 얻어 '이런 걸그룹도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확신이 생겼어요."(리지)
"키크고 섹시하지만 귀여운 매력까지 갖추기는 어렵거든요. 우린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것 같아요."(나나)
▶ 빠져들면 중독되는 '병맛'으로 승부 성공
말이 안 되고 어이없다는 뜻으로 생겨난 인터넷 조어 '병맛'은 최근 몇 년 사이 기발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일컫는 찬사의 뜻으로 180도 변화했다. 무심하게 소비되지만 주류마저 압도하는 세련된 B급 정서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칭찬을 듣곤 했어요. 처음엔 '쟤들 뭐야'라는 비호감을 느끼다가도 어느새 빠져든다는 뜻에서죠. 그런데 요즘은 '선중독'으로 바뀌었다네요. 열심히 활동한 보람이 있죠."(리지)
'지난번 보다 더 과하지 않으면 오렌지캬라멜스럽지 않다'는 각오로 활동한다는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개성으로 무장했다. 타이틀인 립스틱의 다양한 색깔을 연상케 하듯 사탕봉지 같은 의상에 각기 다른 헤어와 눈썹 색깔이 눈길을 끈다.
"고소영씨가 90년대 즐겨하던 복고 스타일의 헤어를 했어요. 의상에 따라 메이크업을 달리하고, 얼굴에 각자 다른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죠. 또 레이나 언니는 레드, 리지는 오렌지, 저는 핑크로 눈썹 색을 바꿨고요. 별 뜻은 없어요. 독특해 보이잖아요."(나나)
'샹하이로맨스' 이후 긴 공백을 거쳤지만 신곡 '립스틱'은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각종 음원차트 톱10에 꾸준히 머물며 '영양가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데뷔 초만 해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지만 이제는 칭찬이 많아진 게 가장 큰 변화죠.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에서 진정한 대중의 스타로 계속 성장할 거예요."(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