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이 '신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1000만 동원작'이 역대 최초로 한 해 두 편이나 탄생하면서 절정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2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상영 38일째인 20일까지 전국에서 1004만1566명을 불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003년 '실미도'(1108만명)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 2005년 '왕의 남자'(1230만명)와 2006년 '괴물'(1301만명), 2009년 '해운대'(1145만명)와 얼마전 '도둑들'(1302만명)에 이어 한국영화론 역대 일곱 번째로 꿈의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 300만~400만 관객 중박급 작품도 7편
올 한해 한국영화의 외형적 성장은 메가 히트작인 '도둑들'과 '광해…'를 제외하고도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등 300만~400만 관객을 동원한 '중박급' 작품들이 이달까지 무려 일곱 편이나 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극소수의 1000만 동원작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예년과 달라진 대목으로, '허리'가 튼튼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영화 관람객수도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벌써 8867만6991명으로, 가장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던 2006년(9174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 완성도 높은 콘텐츠 1년 내내 봇물
한국영화의 이같은 선전은 2006~2010년 혹독한 불황기를 거쳤던 영화계가 내실을 다지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들을 일년 내내 끊임없이 쏟아내면서 이뤄졌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해 색다른 소재와 주제로 무장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고생들의 주 5일제 수업이 정착되고, 스크린수의 비약적인 증가도 한 몫 더했다.
2001년 '친구'로 800만 관객을 불러들여 1000만 시대를 예고했던 곽경택 감독은 "영화인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도가 튼 것같다"며 "대중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시나리오 및 기본기에 충실한 연출과 연기로 승부를 걸려 하는 모습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 대기업 계열사 투자·배급 장악은 문제
그러나 양적 성장이 소수의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할리우드와 달리 극장망까지 소유해 수직계열화를 이룬 몇몇 메이저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흥행을 주도하면서, 성장의 과실이 이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둑들'의 쇼박스㈜미디어플렉스와 '광해…'의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는 영화 한 편의 제작비 수준인 20~30억원의 홍보비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중소 규모의 영화들을 압도했다. 특히 CJ는 개봉일을 급히 변경해 다른 영화들의 스크린을 잠식했고, 같은 그룹 휘하의 복합상영관 체인인 CGV 전 지점의 내부를 포스터로 도배하는 등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영화 제작자는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독과점 논란에 대한 문제점을 영화인이라면 대부분 인식하고 있지만, 눈치 보는데 바빠 언급하기를 회피하고 있다"며 "'광해…'의 CJ처럼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제작까지 겸하면서 일선 영화인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